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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Jul 09. 2024

페낭 아침 해변 산책

말레이시아-페낭

아침에 눈을 떠보니 7시경인데도 깜깜하다. 해변 산책을 나가려다 조금 잠이 들어 8시에 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다. 서둘러 해변가를 걸어본다. 호텔 유리창에 비치는 해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아직도 붉은기가 남아있는 해변을 조심스레 내려가 본다.


먼저 왼쪽 조그만 섬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본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너무 아름답고 햇볕은 따가운데 나무 그늘은 엄청 시원하다. 초록과 하늘이 대조되어 조그만 바위에 앉아 수평선 너머를 바라다본다. 아침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먼지하나 없는 청명한 공기가 초록의 색깔로 코끝을 스쳐 모든 잡념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해변을 내려와 보니 벌써 아이들도 나와서 모래 위에 그들의 영역을 표시하며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지구상의 어린아이들 생각은 비슷한지 조개로 장식한 모래집과 놀이를 연상케 하는 그림을 그려놓아  저절로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다.


엄마와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정겹고, 한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은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가족들이 단체로 아빠들 시합을 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그들은 일상생활을 빠져나와 더위를 피해 모두 동심 속으로 돌아가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해변을 산책하며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외로움대신 마음의 따뜻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모래 해변을 걷다 한 소년이 무엇을 잡은 것 같았다. 물어보니 말없이 고동을 보여주며 저쪽에 가면 더 많이 있다 말하며 나에게 가져가라고 손을 내민다. 나는 소년이 준 고동을 손에 꼭 쥐고 부드러운 모래에 발을 담그며 발 위를 스치는 물결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적당한 온기로 발을 감싸는 촉감은 머리끝까지 몸을 부드럽게 휘감는다.

강아지도 바다가 즐거운지 열심히 왔다 갔다 헤엄치며 주인을 기쁘게 한다. 나도 한동안 이 해변의 가족이 되어 즐거움을 맛본다. 낯선 가족들이 풍기는 소소한 행복을 내 마음에 묻으며 부드러운 모래 촉감으로 온몸이 바다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행복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다고 했나? 아무 생각 없이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평화를 맛보고 자유를 만끽한다.

유난히 뽀얀 단장을 한 흰구름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몰려오는 아침, 잠시 갈길이 어딘지 모르고 그냥 모래가 있는 곳을 따라 걷는 길 그곳에 나의 행복의 모래성을 묻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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