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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Jul 09. 2024

브런치 작가 신생아로 살다 보니

에세이

브런치 작가란 낯선 용어를 2024년 처음 들어본 순간 특별한 작가가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 소소한 글쓰기에 적합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생소한 이 플랫폼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어설픈 감정을 시를 쓰는 나에겐  생활형 일기 같은 이런 공간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3월이 끝날 무렵 브런치 작가로 들어와서 100일쯤 되고 보니 신생아 100일 잔치처럼 나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쓴 목적과 내 글이 일반인들에게 노출되었을 때의 책임감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나의 시간을 글이나마 살아있게 하고 싶었다. 한번 지나간 시간들은 기억 속에 사라지고 무작정 흐르는 시간에서 나의 존재가 함께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시를 쓰게 된 것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을 배설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글로 토해내지 않으면 가슴의 응어리가 뭉쳐있을까 봐 그 힘든 덩어리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여행지의 기억도 뒤죽박죽이어서 정리도 안된 채 어디 다녀왔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그때의 느낌을 기억하고 싶었다. 인생의 여정도 마찬가지리라. 뭔가에 쫓겨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시간에 휩쓸려 가는 것이리라.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도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전부 비공개로 이용했다. 조선시대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이 그녀의 뛰어난 한시들을 사후에 태워버리라고 한 것도 정말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허난설헌처럼 뛰어난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공개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 브런치 스토리에  소소하게 아들과의 일화를 남긴 <엄마를 빡치게 하는 아들>이 통계를 본 후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내 글을 읽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아니 누가 내 글을 이렇게 많이 읽었단말인가?

그 이후에 쓴 딸에 관한 <로또 당첨>의 글은 7만 명이나 읽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했다. 이 플랫폼은 뭐지? 어떻게 보았을까?

실은 지금도 잘 모른다.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글이 노출이 되었는지 아직도 이 플랫폼의 성격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다른 글들은 정말 대조적으로 읽은 사람이 적었다. 백명도 읽지 않은 글들도 많다. 그러고 보니 유튜브처럼 자극적인 제목이 사람의 시선을 끄나 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수많은 글들 중에서 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야 읽히는 선택권이 주어질 것이리라.


나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글을 경쟁하기 위해 쓴 글도 아니고 타인에게 좋은 지식을 전해줄 글도 아닌 그저 그런 내용의 글들을 자극적인 단어로 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우연히 모르는 사람이 글을 읽어주고 마음에 들면 공감하며 가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된다.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썼을 때 공감의 표시 like it을 눌러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다. like it을 눌러주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도 타인의 글을 읽으며  힘들게 썼을 글들을 무심히 지나친 적이 많아서  타인의 글에 너무 인색하였구나 하고 요즘은 반성하게 된다.

요즘엔 처음 글을 쓰는 자세대로 가급적 통계를 보지 않고 글을 쓰고, 또한 너무 글에 노예가 되지 않아야 되겠다고 다짐한다. 며칠간 글을 쓰지 않으니 꾸준히 글쓰기 하라고 브런치에서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한다. 맞는 말이지만 급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브런치 스토리의 좋은 점은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보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간접경험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스토리 글을 읽으며 글도 참 잘 쓴다 하는 생각에 조금 위축되기도 한다. 백일을 맞아 이제 조금씩 걸음마 단계를 향해 가며 가끔씩 그들의 삶도 경험해 보고, 나의 소소한 일상들도 기록해 보며 나의 brunch story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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