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한(佷)을 담은 아리랑이 있다면 포르투갈엔 그리움을 담은 파두(Fado)라는 음악이 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떠나는 님을 아쉬워하며 한 서린 노래를 부르는 한국의 아리랑과 약간 다르게, 포르투갈에는 그들의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는 사우다드(Saudade) 즉 그리움과 애수가 담긴 파두(Fado)가 있다.
운명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Fatum'에서 유래했다는 파두는 포르투갈의 문화유산으로도 인정받아 2011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리랑도 2012년 12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되었다.
포르투갈을 여행한다면 꼭 파두공연을 보고 싶었다. 드디어 2024년 7월 15일 포루투의 동 루이스다리가 보이는 카페에서 파두공연을 보게 되었다.
원래 파두는 리스본 항구 알파마 근처의 선술집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5세기 대항해 시대에 바다와 평생을 함께하는 뱃사람인 포르투갈의 음악과 19세기 아프리카음악과 혼합되어 탄생하였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전성시대인 대항해시대를 맞아 남자들이 신대륙으로 탐험을 떠나며 바다가 집이 된 뱃사람들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싸워야 했고, 남겨진 가족들은 기약 없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들,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운명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바다를 통한 그들의 내재된 슬픔과 고독 그리고 고통이 파두의 핵심 감성이 되었다고 한다.
포루투하면 동 루이스 다리가 제일 먼저 대표 랜드마크로 떠오르는데 그 주변 강이 보이는 조그만 카페에서파두 공연을 보기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갔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린 동그란 기타와 조그만 무대 그리고 그 앞에 놓인 두 개의 의자였다. 넓은 공간을 기대했었는지 약간 실망감이 들었지만 앞 탁자에 놓인 포도주 잔을 보며 제일 앞에 앉았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두 명의 기타리스트와 가수가 나온다. 첫 공연이 무르익을 무렵 악기의 청아한 연주에 마음을 뺏겼다. 한 악기는 익숙한 클래식 기타였고, 동그란 몸체를 하고 있는 다른 편의 악기에서 유난히 가슴 떨리게 하는 연주가 가슴을 후비며 파고들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기타하 포르투게사(Guitarra Portuguesa)'라는 12개의 현을 가진 포르투갈의 기타라고 한다. 이 맑고 청아한 기타 음색이 검은 가운을 입고 노래하는 파두가수 즉 파디스타(Fadista)의 노래와 결합되니, 언어가 통하지 않는 노래인데도 가슴을 저려왔다.
남성 파디스타의 묵직한 중저음의 음색은 동굴 깊은 곳의 그리움을 끌어들이는 것 같았고, 여자 파디스타의 목소리는 남편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속삭이듯이 몰고 와 저절로 눈물이 흐르게 한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소리에 관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런 애절한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을까? 파디스타들의 노래에 온 마음이 녹아내리고 포르투갈의 악기에 귀가 녹아내린다. 클래식 기타 소리와는 다른, 포르투갈 기타 소리와 현란한 포루투 남자의 손동작을 보며 악기에 관심 없던 나도 배우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파디스타들의 깊은 감정을 토해내는 공연을 보며 포르투갈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지연으로 한국에서 17시간 날아와 듣는 그들의 음악은 포르투갈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나에게 그들의 삶의 무게와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그들과 한층 가까워진 따뜻한 감정을 들게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부른 어두운 숙명(maldicao)이 알려져 있다. 이 익숙한 노래가 파두인지 모르다가 다시 들어보니 애절한 그들의 삶의 애환이 진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이 기분으로 동 루이스 다리를 거닐며 포르투갈의 냄새를 맡아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