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스강 자작시
꽃은 지고 바람은 불고 / 세이스강(이윤재)
꽃은 피어나도 지켜줄 그늘이 없고
지는 꽃 앞에 슬퍼할 마음도 없네
묻노니, 정의를 노래하던 그대여
묻노니, 시대를 염려하던 그대여
어느 골목에서 시선을 돌리며
어느 길목에서 진실을 외면하는가
꽃잎은 바람에 흩어지며
광장의 메아리도 거리의 눈물도
어둠 속에 녹아 사라지는데
진실은 어느 하늘 아래 숨었는가
봄새는 밝은 날을 노래하지만
기다림은 벽이 되고 문이 닫히며
만남의 길은 아득히 멀어지네
거울은 두 줄기 눈물을 담고
시대의 상흔을 속삭이나니
춘풍은 이 갈라진 마음의 거리를
알고도 모른 척 지나가는가
그러나 봄은 다시 오리라
꽃은 더 붉고 향기롭게 피어나
슬픔과 희망의 사이
우리의 길을 이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