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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계약서라는 이름의 낯설고 불편한 풍경

세이스강의 에세이

by 세이스강 이윤재

다운계약서라는 이름의 낯설고 불편한 풍경

글: 세이스강(이윤재)


부동산 거래라는 복잡하고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주요 배역은 매도자와 매수자다. 하지만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예상치 못한 주연이 등장했다. 젊디 젊은 30대 중반의 매수자가 그 중심에 있다.


지방의 한 작은 공인중개사 사무소 오후의 햇살이 대리석 바닥을 부드럽게 물들였다.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상황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매수자는 안경을 고쳐 쓰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운계약서 작성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평소라면 옛날에 매도자가 익숙하게 그러하듯 다운계약서를 제안했을 상황이었을까? 그러나 이번에는 거꾸로다. 그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며 매수자의 제안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공인중개사의 시선은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를 오갔다. 마치 오래된 라디오의 노브를 돌려가며 정확한 주파수를 찾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매수자분께서 다운계약서를 제안하시게 되었죠?"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고 미묘한 곤혹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매수자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요, 세금 절감이 필요해서요. 다들 하잖아요?" 그 말투는 젊은 패기와 현실 감각이 묘하게 뒤섞인 톤이었다. 마치 '뭐가 문제죠?'라는 태도로 말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매도자와 공인중개사의 얼굴은 점점 더 긴장감이 서려갔다.


공인중개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그는 경험을 떠올리며 주저했다. "음, 요즘 정부에서 이런 다운계약에 대해 단속이 심해졌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과태료뿐만 아니라 법적 제재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매수자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그러면 저도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건데 괜찮잖아요?"


그 순간 공인중개사는 매수자의 뚜렷한 자신감에 당황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 번 더 물었다. "그런데 왜 이런 선택을 하시려는 건지 정말 꼭 필요하신 이유라도...?"


그 말에 매수자는 담담히 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이런 방식을 활용해서 재산을 늘리셨습니다. 저는 이게 일종의 노하우 같은 건 줄 알았어요." 그의 말투는 순수한 무지와 현실적인 타협 사이에서 애매한 경계를 오갔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매도자는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솔직히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세금 문제로 고민했지만 이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거래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더군요."


공인중개사는 마침내 마음을 가다듬으며 정중히 설명했다. "그렇죠, 다운계약은 오래된 방식일 수 있지만 이제는 법적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특히 젊은 분이라면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이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매수자는 아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났고 매도자는 한숨을 쉬며 서류를 정리했다. 공인중개사는 한 가지를 더 배웠다.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오래된 관행은 기회를 틈타 고개를 들곤 한다는 사실을


이 짧은 에피소드는 단순한 부동산 거래의 한 장면 그 이상이었다. 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관습과 태도는 여전히 세대와 관계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다운계약서"라는 단어는 단순한 용어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세상사와 인간의 다양한 선택을 반영하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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