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스강의 1483번째 자작시
길 위에서 쓰는 노래 / 세이스강(이윤재)
왕복 열 걸음이 백 걸음이 되고
한 발 한 발 흙길 위에
꿈을 새기던 소년이 있었다네
비 오는 날도 눈 내리는 밤도
책 한 권 품에 안고
길 위를 걸었다네
두 바퀴 자전거가 내게로 왔을 때
바람처럼 달릴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러나 삶은 언제나 오르막이었고
넘어져도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했네
기찻길 옆에서 배운 시간들
어둠 속에 불을 켜며 지켜낸 밤들
한 칸 한 칸 철마처럼 나아가
멈추지 않는 법을 알았다네
철로 위에 새긴 젊은 날
수많은 역을 지나오며
어떤 날은 바람이었고
어떤 날은 비였지만
나는 끝내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네
사람 사이에 놓인 다리를 만들며
흙 묻은 손으로 꿈을 세우며
어느새 나는 누군가의 길이 되었고
누군가의 빛이 되었네
두 손 모아 세상을 품고
넘어진 자를 일으키는 법을 배우며
더딘 걸음도 함께 걸을 수 있음을 깨달았네
이제 나는 다시 길 위에 서네
한 걸음 한 걸음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흙길을 걸었던 소년의 마음으로
또다시 걷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