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의 약속

세이스강의 1540번째 자작시

by 세이스강 이윤재

낙화의 약속 / 세이스강(이윤재)


꽃잎은 침묵 위를 미끄러지며

한 점 빛도 남기지 않고

깊은 물속으로 스며들었네

그 순간

땅은 숨을 죽였고

하늘은 그 이별을 새겼네


백마강의 물결은 묻지 않았네

허공을 껴안은 채 흐를 뿐

아무 말 없이 고통을 안고

달빛 아래 빛을 더듬었네

그 어둠 속에서

첫 새벽의 숨결이 일었고

강은 희망을 조용히 밀어 올렸네


낙화암(落花巖)

그 위에 남은 발자국은

바람결 따라 흐르며

기억의 잎을 흔들었네

쓰러졌던 땅은 마침내

푸른 생명을 품고

부흥의 나무를 뿌리내렸네


그리하여 꽃은 다시 피었고

나는 이 땅에서 지지 않으리

조용한 강물은 맹세를 품고

바람과 물결의 입술로

영광과 슬픔을 함께 노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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