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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Jan 30. 2023

닭똥 같은 눈물이.....

늦가을 늦은 오후의 햇살 같은 투명한 거울을 그는 보고 있다.

마주한 거울이 얼음장보다 더 차갑게 투명하다.

거울 속의 그는 얼음 속에 갇힌 듯 미동도 없다.

그들은 마주 바라보지만 전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차가운 거울 속의 그도 의자에 앉은 그를 영정 속 초상화처럼 바라본다.

그를 둘러싼 공기는 무채색처럼 건조하고 무겁다.

거울 속 그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거울에 비친 세상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는 이미 거울 속에서 사라지고 없다.

그의 까만 눈동자는 보물 찾기를 하듯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그의 열망은 선잠을 깬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거미줄처럼 가는 의지는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질기길 원한다.

그의 애틋한 간절함이 거울에 투명하게 반사되어 허공에 낙엽처럼 날리지만 거울 속에서 싸늘하게 갇히고 다.

그는 금방이라도 거울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때고 앉아 있다.

이발사는 궁금하다.

물에 덜 풀린 미숫가루 같은 공기는 불안하다.

그는 건장한 남자다.

나이는 40대 전후로 보인다.

커트보로 몸을 가렸지만 키가 큰 것 같다.

에서 본 얼굴은 다소 길어 보이며, 스포츠 스타일로 다듬어지는 머리와 잘 어울린다.

네이프에서 백포인트까지 그러데이션으로 이어지는 짧은 커트가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마치 그가 뚫어지게 바라보는 거울 속 세상 같다.

머리가 마무리될수록 그의 의지는 약해진 듯 경직된 몸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꼿꼿이 세운 고개도 염원의 눈동자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그는 그의 행동이 어색하다고 느꼈는지 하지 않던 헛기침까지 한다.

이발사의 손은 마무리를 위해 분주하다.

아마 이발사도 이 어색한 공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 같다.

"마음에 드세요?" 이발사가 오랜 침묵을 깨고 말했다.

"네."라고 그는 건조한 논바닥 같은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짧은 외마디 대답은 복잡한 생각과 꼬인 실타래 같은 감정이 뒤죽박죽 썩인 듯 무겁고 뒤숭숭했다.

이발사는 역가위질로 마무릴 하고 커트보를 제쳤다.

짐작만 했던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생각만큼 그는 건장하고 키도 컸다.

"맘에 듭니다."

"제가 여기서 머릴 깎는 게 처음이라..."라고 그는 말했다.

지금껏 그가 건넨 말 중에 제일 긴 단어의 조합이다.

"다행이네요." 이발사가 말했다.

"실은 아버지 생각이 나서요."

"아버지요?"

"네, 아버지요."

"저희 아버지가 여기 단골이 셨거든요."

"네!, 누구신~지?"

"저희 누나랑 항상 같이 오셨거든요"

"......"

"췌장암으로 주머니차고 오셨는데...!"하고 그는 겉옷을 입는다.

이발사는 "아-   -  - -...!"하고 말라비틀어진 노가리 같은 대답을 하며 생각을 더듬는다.

"아~ 알아요."라고 이발사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들떴다.

"제가 아들이에요"

그는 계산을 하려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그래요. 아버님은 잘 계시죠?"

"한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여기....."

그는 말끝을 흐렸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꼭 한 번 여기 오고 싶었어요."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울고 있다.

소리 없이 닭똥 같은 눈물이 지갑을 든 그의 오른손 손등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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