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그 녀석의 발걸음이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이틀 내지 삼사일 만에 한 번 슬쩍 왔다 가거나 일주일이 넘도록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가끔 소리 없이 와서는 꼬리를 감추듯 슬그머니 사라진다.
우연히 나와 마주치지만 그 녀석의 눈빛은 식은 죽처럼 온기가 없다.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서운한 게 있거나, 맘이 떠나서거나 아님 새로운 안식처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녀석에게 버려진 것은 아닐까.
아직 해고 통보는 안 받았지만 곧 받을 것 같은 불안함이 싹튼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옛날 사랑하다 차인 것보다 더 시리고 아프다.
"이게 나 혼자만의 사랑 이어서겠지."하고 서운한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아픔에 내 가슴이 시커멓게 멍이 든다.
어제다.
그 녀석이 왔다.
모처럼 예전처럼 밥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애처롭고 끈질긴 간절함은 없었다.
나는 반가운 맘에 사료를 들고 다가서면서 인사를 했다.
"왜, 이제 왔어?"
"밥 먹자."
우린 몸에 익은 규칙대로 밥그릇으로 다가갔다.
한동안 주인을 기다리며 비어있던 밥그릇이 며칠 전에 내린 비 때문에 지저분하고 더러웠다.
나는 그 밥그릇을 들고 들어와서 씻었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을 땐 그 녀석은 없었다.
그 녀석은 가게 앞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다.
뒷모습은 얼음처럼 차갑다.
꼬리는 늘어져 바닥에 닿을 듯하다.
난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밥그릇을 들고 들어온 게 큰 실수였을까!."
"이를 어쩌지."
"말을 하고 밥그릇을 치웠어야 했나!"
"그 녀석이 오핼 안 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멀어져 가는 그 녀석에게 나는 소리쳤다.
"밥 먹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