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앙
우울이란 무엇일까?”
내게 우울은 지진과 태풍이 함께 몰려오는 자연재해처럼 느껴진다.
순식간에 나를 무너뜨리고, 휩쓸고 지나간다.
그 속에서 나는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고, 또 무너졌다.
나는 2007년 1월 5일,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탯줄을 목에 감고 있었던 나는 어쩌면 그 순간부터 삶이 고단했는지도 모른다.
기억이 없던 유년기를 지나,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의 한 할아버지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그 꿈을 계기로 세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추석 무렵 외할아버지를 보았을 때, 그 사람이 꿈에서 본 할아버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단순한 꿈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이 강했다.
춤을 추고 칭찬을 받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그런 나를 자주 칭찬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혹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타인의 인정이 절실했다.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활발하진 않았지만 조용히, 어른스러운 척하며 주목받고 싶어 했다.
겉으론 조용했지만, 속은 늘 복잡했다.
유치원 시절, 막내 이모에게서 “아빠가 예전에 오빠를 때렸대”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어린 내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도 아빠에게 맞았다.
처음엔 ‘내가 잘못했으니까 맞은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다.
하지만 어릴 적 나에겐 그것이 공포였고, 혼란이었다.
그런 가정 환경 속에서 나는 감정을 무덤덤하게 눌러 담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내 안의 울분은 다른 방식으로 터지곤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나의 감정은 일탈과 복수, 슬픔과 오해가 뒤섞인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고,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
경찰서에 갈 뻔한 일도 세 번이나 있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기억들이다.
그 시절은 정말로 내 인생의 태풍기였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우울은 나를 덮고 또 덮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갔다.
우울은 나를 아프게 했지만, 동시에 성장하게 했다.
어쩌면 내 우울은 단지 어둠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알게 되었다.
내 안에서 자라난 작은 열매는 단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내가 겪은 고통, 상처, 그리고 아픔은 결국 흙 속에 묻히고,
그 흙은 나를 다시 일으킬 씨앗이 될 것이다.
그 씨앗은 나무가 되어, 나의 흔적을 지탱하며 살아갈 것이다.
내 열매는 그저 끝내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있는 증거이자,
내가 지나온 길을 잊지 않기 위한 존재다.
그 씨앗은 나를 이어갈 후손들에게,
고통이 어떻게 뿌리내리고, 어떻게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