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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16. 2022

독한 놈

건강한 치아 관리

애연가인 파트너 원장이 어느 날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드디어 금연하려고 하는구나?”라고 했는데 대답은 전혀 달랐습니다.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니까 실내에서도 피우려고 샀어.” “......” 대단한 애연가죠?


임진왜란 때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담배는 빠르게 전파되어 조선시대에는 겨우 다섯 살 정도만 되어도 담배를 배울 만큼 기호품이 되었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고 해봤자 조선시대 이후란 얘기입니다. 이때의 담배는 매우 비싸게 팔려서 앞 다투어 담배농사를 지었기에 은이나 금 다음으로 귀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인조 때, 담배 1근의 가격이 은 1냥에 달했고, 질이 좋은 담배는 뇌물로도 활용될 정도였습니다. 숙종 때의 무인 서치(徐穉)가 이조판서 민점(閔點)의 사위에게 담배 1태를 뇌물로 주고 감찰의 벼슬을 얻었다가 발각된 일도 있었습니다. 광해군 때에 궁중에서 숙직하는 대신들이 모여 흡연하는 것을 본 광해군이 “입 냄새가 좋지 않다.”라고 해서 비천한 자는 존귀한 사람 앞에서, 젊은이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요즘은 물론 아랫사람이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뭐라고 할 수조차 없어졌지만요.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피해 가지 않는 어른들이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임진왜란 때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담배. 즉, 호랑이 담배 피우전 시절은 조선시대 정도다.


담배를 뜻하는 ‘Tobacco’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담뱃잎을 담아 피운 파이프 담배에서 유래했습니다. 원주민들은 손님들에게 담배를 접대하기도 하고 약초와 섞어서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돌려 피기도 했습니다. ‘평화의 파이프’라고 부른 기다란 파이프를 이용해서 담배를 즐겼는데 사실은 연기를 피워서 신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의식, 즉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식이 기원입니다. 콜럼버스는 담배의 약효성에 호기심을 가지고 유럽에 소개해 유행하게 만듭니다. 특히 16세기 리스본 주재 대사였던 장 니코가 만성두통으로 고생하는 왕비에게 담뱃가루를 보내 효과를 거둔 일로 전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급격하게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해서 장 니코의 이름에서 니코틴이란 말이 생긴 것입니다.


애연가의 급증으로 담배 소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화재와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기자 금연령을 내리는 일이 잦았고, 이슬람의 무라트 4세는 흡연자를 사형에 처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손수 변장을 해서 민가를 돌며 끽연을 감시하였는데, 처형자의 수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집니다.


담배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긴장을 이완시켜준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저도 한 때는 애연가였기에 식후 담배 한 대가 주는 ‘식후땡’의 맛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하지만 담배의 여러 가지 해로운 것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자기 몸을 아끼는 마음에서라도 금연을 해야겠습니다.


흡연은 치아 건강에도 상상 이상으로 해롭습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구강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최고 13배나 높으며, 흡연자는 치아 색이 누렇게 변하고 착색이 심해지며 늘 역겨운 입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흡연자는 냄새를 맡는 능력이 저하되어 자신의 입 냄새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흡연은 어른이 되었을 때 쉽게 잇몸 손상이 오고, 잇몸병인 풍치에 걸릴 확률도 4배 이상 높아집니다. 단순히 기호품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도 심각하기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공장소 및 거리에서의 흡연이 금지된 곳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담배를 끊으면 독한 놈이란 소릴 들었습니다. 저도 독하단 소릴 들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피우지 말라고 하는데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독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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