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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18. 2022

아이 하나에, 치아 하나

건강한 치아 관리

‘아이 하나에 치아 하나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출산 이후에 치아를 잃게 되는 어머니들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임신은 여성의 몸에 가장 큰 변화입니다. 임신을 하면 달라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치아나 잇몸에 병이 생겨 고생하는 여성이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임신 전과 임신 중에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합니다. 작은 주의로 예방할 수 있는 일을 등한시했다가는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태어날 아기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습니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적은 양의 플라크나 치석이 쌓여도 염증이 잘 생깁니다. 대개 임신 2~3개월에 잇몸 염증이 생겨 8개월까지 심해지다가 9개월쯤 되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임신성 치은염이라고 합니다. 이는 건강한 잇몸에는 잘 생기지 않고 원래 염증이 있던 부위의 염증이 더 심해지는 것입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충치, 사랑니 등은 미리 치료하고 혹시 치은염이나 치주염이 있지는 않은지 검사해야 합니다. 플라그나 치석 등 잇몸질환의 원인을 미리 제거하고 칫솔질이나 치실을 사용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지요. 


가끔은 잇몸의 한 부위가 붉게 부풀어 오르며 큰 덩어리를 이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임신성 육아종(임신성 종양)이라고 합니다. 잇몸의 심한 염증 때문에 생기는 암적색의 큰 부종인데 암은 아니고 임신 3개월에 주로 생겨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만약 부어오른 조직이, 씹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심하면 치과를 찾아야 합니다.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게 되면 입맛이 변해서 단 것만 찾다가 충치가 생기거나, 구토를 할 때 나온 위산이 치아를 부식시켜 치아가 삭기도 합니다. 또 몸이 무겁고 피곤해서 치아 관리를 게을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임신 중 잇몸질환이나 충치는 그 원인이 임신 때문이라기보다는 입 안이 불결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입 안을 청결하게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국에서는 잇몸질환이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7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는데,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임신 전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임신을 했어도 치료를 무조건 미루면 안 됩니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치과에 갈 수 없는 줄 알고 통증을 참다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진 다음에야 치과에 오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언제든 응급치료는 가능하니 일단 치과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물론 임신 초기는 태아의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아니면 치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임신 4∼6개월에는 웬만한 치료는 거의 다 받을 수 있습니다. 7개월 이후가 되면 다시 치료를 출산 뒤로 미루는 게 좋겠지요. 


항생제를 비롯한 약들은 태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치과의사와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에 따르시기 바랍니다. 치과에서 치료 시 흔히 X선 촬영을 하게 되는데 방사선이 태아에게 나쁜 것은 사실이나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찍으면 일상생활에서 길을 걸을 때나 TV를 볼 때 노출되는 정도의 방사선양과 별 차이가 없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아가 커질수록 똑바로 누워서 치료를 받는 게 힘들어집니다. 아기가 심장으로 가는 정맥을 눌러 일시적으로 실신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자세를 바꿔가며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구강 건강에 불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호르몬 변화에 따라 입 냄새가 날 수도 있거든요. 아름다운 여성의 입 냄새, 상상하기 싫지만 현실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남성과 여성을 굳이 나눌 필요는 없지만 이런 이유들로 여성은 구강 위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또 하나 현실입니다.


인생 최고의 스트레스 - 치과 진료실 엿보기


세상에는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참으로 많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스트레스가 최고의 스트레스라고 여깁니다. 많은 분들이 치과에 오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십니다. 그중에서 제가 경험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바로 임신부와 수유부였습니다. 새로운 탄생의 기다림으로 가장 기뻐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기쁨 속에 숨겨진 스트레스입니다. 통증으로 인해 치과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과 태아를 위해서 치료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면의 싸움이 강한 스트레스의 원인이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는 잘못 알고 있는 의학적 상식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임신부와 수유부들의 인터넷 상담과 치료 시 상담 결과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치과 치료를 받아도 괜찮나요?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기형의 발생, 유산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라면 치통도 참아야 한다는 모성애에 따른 질문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임신 중 치과 치료는 태아의 기형 발생이나 사망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역학적으로도 아무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뽑는 것, 외과적 처치, 치아의 보존치료 또는 치주치료 시에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나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규정에 따라서 적절하게 선택된 약물은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다. 다만 유산의 위험이 크고 태아의 중요 장기가 만들어지는 임신 초기에는 견디기 힘든 치과 치료나 약물을 투여하는 행위 등은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과 치료의 적기는 임신 4~6개월입니다.


마취 주사를 맞지 않고 치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치과 치료 시, 에피네프린과 같은 혈관수축제가 함유된 국소마취제는 과량 사용 시 일반인들에게도 혈압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5~10개의 앰플까지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치료는 앰플 2~3개 이내로 해결됩니다. 오히려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아픈 것을 참고 치료할 경우 심한 통증으로 인체 내 부신피질에서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분비되어 혈압을 상승시키고, 자궁에도 좋지 않습니다. 


방사선 사진 찍어도 정말 괜찮을까요?


일본에서 방사능 유출이 있어서 그런지 최근에는 ‘방사’란 단어를 들으면 아주 민감해합니다. 일반인들까지 방사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데 임신부야 오죽하겠습니까? 치과에서 찍는 방사선 사진은 혈액변화를 일으키는 방사선 양의 1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입니다. 과장되게 말하면, 몇 백 장을 찍어도 괜찮다는 거지요. 다만 방사선은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임신부나 태아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는 필요합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권고에 따르면 임신부의 치과 치료를 위해서 필요시 납복, 즉 방사선 방어용 앞치마로 복부를 가리고 X-선을 복부에 직접 쬐지 않도록 촬영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구강 영역의 X-선 촬영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출산하고 얼마 있다가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출산 후 1주일 정도 경과하면 이를 뽑거나 임신 중 안 좋아진 잇몸에 대한 치료 등 일반적인 치과 치료를 받는데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에게 투여했을 때 모유로 이행되어 유아에게 전달이 되는 약물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수유 시 조심해야 할 약물은 뭔가요? 머리 아플 때 두통약 정도는 괜찮은 가요?


생명이 시작되면서 느꼈던 엄마의 고동 소리를 들으면서 엄마 젖을 먹는 유아는 수유 기간이 축복된 시기이고 가장 마음이 안정된 시기라고 합니다. 이때 아이에게 가장 영양가 있고 친화적인 모유를 먹이고 싶은 것이 대부분의 엄마들 소망입니다. 하지만 약물이 대사되고 분포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모유로 전달된다면 소량이더라도 유아에게는 약물중독이나 내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와인 1병을 다 마신 엄마가 수유하던 생후 8일 된 유아가 알코올 중독 증상이 나타난 예나 습관적인 음주를 하는 엄마로부터 수유 중인 유아에게 저트롬빈혈증, 비만, 성장 지연이 나타난 예가 있습니다. 이처럼 엄마가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술과 마찬가지로 담배도 좋지 않습니다. 1일 20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수유부는 모유 속으로 이행된 니코틴에 의해 유아에게 불면, 설사, 구토, 빈맥, 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수유부에게 투여된 일부 항생물질이나 알칼로이드, 진정제인 디아제팜 등에 의해 해를 입거나 유아가 혼수상태 또는 체중감소로 이어진 예도 있습니다.

아스피린, 모르핀이나 케그레톨 같은 항 전간제, 수면제인 바르비탈류, 항고혈압약과 같은 약물은 의사의 처방으로 제한적으로 투여가 가능합니다. 뼈 강화제인 비타민D도 모유로의 이행률이 높아서 유아에게 고칼슘혈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그렇다면 두통도 참아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진통소염제와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등은 수유부에게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간주됩니다. 두통까지 참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설명을 드리고 치과 치료를 해도 국소마취를 하는 것 때문에 계속 마음이 쓰인다는 분이 있습니다. 이때는 모유를 미리 짜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이 몸에서 대사되는 5시간 동안만 대체시켜 유아에게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필요까진 없지만 아이를 위하는 엄마의 마음이 그래야 편하다면 좋은 방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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