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알아봐주는 사람이 될게
"넌 푸른 나무 같아. 많은 새들이 너에게 날아와 쉬어 갈 거야. 사랑이 많은 널 알게 되면 분명 네 곁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질 테니까."
많은 마음을 내어주다 결국 또 상처받고 남겨질 때면 넌 항상 그렇게 말했다. 무르고 여린 마음을 데리고 사느라 자주 상처투성이가 되는 내가 착한 눈물을 가진 사람이라서 좋다고, 더 활짝 마음을 열어놓고 살아도 괜찮다고. 그럼 나는 또 안심이 돼서 나답게 사는 일을 계속해서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의 힘든 시절을 덮어준 사람.
"너의 착함과 책임감이 좋아. 아무도 모르는 슬픔 몇 가지를 안고 있다고 해도 아픔을 아는 너라서 더 좋아. 네 성격에, 네가 선택한 삶을 결국 옳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악착같이 살아내고 있을까 싶어서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너라서 안심이 돼."
삶을 향한 나의 모든 애씀이 좋다고, 너는 그렇게 말했다. 여기까지 오기가 참 많이 힘들었다고 내 지난 삶에 어떤 일들이 펼쳐졌는지 그래서 난 지금 어떤 마음이 되어 있는지 한 번도 너에게 제대로 말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넌 나를 전부 다 읽어주었다.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나를 알아봐 주는 유일한 사람. 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은 깊은 안도감이 들었다.
삶이 자꾸만 한쪽으로 치우치다 못해 길을 잃을 때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애써 마음을 다 꺼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니 내 삶도 이만하면 꽤 잘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아무런 편견 없이 무조건적인 내 편이 되어줄 사람. 나를 겉으로만 얕게 아는 게 아니라 모난 구석구석까지 알고도 넉넉히 품어주고 있는 사람. 나를 꺼내주고 닫혀있는 나를 열어 보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사람. 주저앉을 때면 살아갈 이유를 다시 손에 꼭 쥐어 주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용기가 되어주는 그런 사람.
모진 세상을 혼자서 버티기엔 우린 너무 여리고 다정한 존재들이니까. 서로를 알아봐 주고, 읽어주고, 들어줄 누군가가 우리에겐 꼭 필요하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고 눈빛만 봐도 서로 어떤 마음인지 짐작해 줄 수 있는 사이. 서로를 외롭게 두지 않기 위해 애정을 아끼지 않는 그런 사이. 우린 그런 관계 안에서 때론 웃고, 울고, 기대고, 지탱해 주면서 따로 또 같이 한 걸음씩 삶을 향해 나아간다.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 틈, 무수히 스쳐가는 인연들 속에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고 그 관계가 오랜 시간을 지나도 변함없이 곁에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한때 깊은 마음을 나누었던 관계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옅어져 간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적어도 우리만은 비껴가길 바랐던 사람들이 한때의 시절 인연이 되어 사라져 가는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본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관계라는 건 억지로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다. 세월의 틈 사이로 조용히 멀어지다 결국 흩어져버린 사람들. 서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예감하게 되는 순간, 그런 순간은 아무리 예상하고 준비해도 매번 처음 겪는 이별처럼 서글프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터인가 난 항상 모든 관계의 끝을 생각한다.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 된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주어진 시간에 마음을 전부 다 쏟아낸다. 언젠가 그날이 끝이었다는 걸 살다가 문득 깨닫게 되더라도 조금은 덜 후회하고 조금 덜 아플 수 있도록. 그리고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랑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것들은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기 위해 실은 온 힘을 다해 애쓰고 있다. 자기 삶의 일부를 내어주고 마음을 들여 오래도록 곁을 지켜주는 관계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깊은 이해, 한 사람을 향한 진심을 만나는 일. 어쩌면 그 마음 하나 갖는 일이 우리가 사는 동안 만나고 싶은 진짜 행복이 아닐까
나도 너에게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네가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어도 너를 천천히 다 읽어주고, 행간의 의미와 작은 마침표, 쉼표까지 놓치지 않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너를 가장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네가 견디고 있는 슬픔을 전부 대신해 줄 수는 없겠지만 아픔을 함께 짊어지고, 무너지지 않도록 등을 내어주고, 마음의 소란들을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 때론 위로가 때론 기쁨이 그리고 때론 희망이 되어 네 곁을 오래도록 지켜주는 사람. 나도 너에게 꼭 그런 사람이 돼주고 싶다.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그런 사람.
"언제든 내가 널 들을게.
이건 널 아주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으로 곁에 있겠다는 내 마음을 대신하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