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를 지켜가는 일

일상의 작은 루틴 지키기

by 꿈꾸는 날들

내 삶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런 거창한 건 잘 모르겠고 일단 오늘 하루를 잘 살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삶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지 그럼에도 마음은 여전히 안녕할 수 있을지. 어떤 이별과 슬픔이 나를 헤집어 놓고 어떤 기쁨과 행복이 나를 들뜨고 부풀게 할지. 아무리 예상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언제나 불현듯 찾아오는 삶의 굴곡들을 누구도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매번 휘둘리기만 하는 인생이 될 수는 없으니까. 어떤 상황을 마주한다고 해도 나라는 사람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도록 나를 지키기 위해, 나는 일상의 작은 루틴들을 지켜간다. 인생의 소용돌이를 따라 롤러코스터처럼 널을 뛰는 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준거점을 만들어둔다. 일상의 루틴을 꾸준히 지키다 보면 삶의 모퉁이에서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나쁜 일들과 걱정, 불안이 나를 마음대로 휘두르지 않도록 나만의 작지만 단단한 일관성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아무리 마음이 무너지고 도망치고 싶은 상황이어도 나는 또 다음 날 내 몫의 일들을 해내야 하는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비책 마저 없다면 살아낸다는 건 고역이 될지 모른다. 슬픔과 절망 때론 사무치는 아픔이 나를 뒤흔들어도 결국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지켜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건 바로 좋은 습관이다. 어떤 고통이나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건 대단한 결심이나 엄청난 용기가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를 꾸준히 걸어가게 해주는 작은 습관들이다.


매일 아침 정해진 루틴을 따라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뜨면 짧게라도 기도를 하고 간단한 운동을 한다. 출근을 하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책상에 올려두고 생각을 고른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번 이상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생각이 정처 없이 부유할 땐 짧게라도 산책을 하고 긴 하루의 끝엔 아껴두었던 책을 읽거나 일기를 끄적이며 마음을 정리한다. 의식적으로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슬픈 일이 생길 때면 충분히 아파하면서도 너무 오래 그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오래 데리고 있으면 결국 삶도 무너진다는 걸 이젠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불신과 힘들고 어두운 생각들이 뒤엉킬 때 그 마음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건 결국 삶을 향한 나의 태도였다. 그리고 매일 실천하는 좋은 습관들은 무너진 마음을 언제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었다.


일상의 작은 루틴은 내 삶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지켜가고자 애쓰는 나만의 고집이다. 사는 일이 대체로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하루를 최대한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이며, 내 삶을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각성과 실천이다. 마음이란 건 대체로 무르고 약해서 상황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고 달라지니까. 유약한 내 마음을 믿기보다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 놓는 편이 낫다. 꾸준함을 장착하고 걷다 보면 길을 잃었던 마음도 결국 집을 찾아 돌아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신념과 반대되는 삶을 살면서 스스로를 존중하기도 어렵다. 자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결국 일상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잊게 만든다. 자신의 신념을 따라 스스로를 믿고 존중할 수 있는 선택과 행동을 이어가는 사람만이 삶에 어떤 풍파가 들이닥쳐도 다시 걸어갈 내면의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런 내면의 힘이야말로 자신과 삶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이토록 예측 불가능한 인생에 예측 가능한 일상의 한 조각을 지켜가는 일은 적어도 내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잠시 휘청이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을 테니까.


일상의 루틴을 지켜가면서 나를 지켜내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단단한 뿌리가 생겨 날 테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내 삶의 지도랄게 그려져 있지 않을까?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이어가는 꾸준함, 그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지켜간다. 매일 완벽하게 반복하는 꾸준함이 아니라 흐름을 놓치지 않고 멈추지 않는 유연한 꾸준함. 그 내면의 힘이 결국 나를 지켜갈 수 있게 해 준다고 믿는다. 삶을 향한 엄청난 각오나 행복해지겠다는 대단한 결심 뭐 그런 건 일단 모르겠고.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꾸준함. 그 착한 마음이 점처럼 무수히 쌓이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삶을 완성해 줄테고 그런 인생이 되는 일이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