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안아주는 일
행복은 깊이 느낄 줄 알고, 단순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알고, 삶에 도전할 줄 알며, 남에게 필요한 삶이 될 줄 아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스톰 제임슨-
가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유난히 또렷하게 읽히는 날이 있다. 괜찮다고 말하는 너머의 슬픔이, 별일 없다고 담담히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눈물이 자꾸만 읽혀서 내내 마음이 쓰이는 날.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곁을 서성이게 된다. 한번 안아주거나, 조용히 손을 잡아 주거나, 아니면 가만히 옆에 앉아 기다린다. 어떤 위로나 힘이 돼주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자꾸만 내 마음을 들키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아무도 모르게 잘 숨겨두었던 마음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애틋하게 바라봐주는 누군가를 만나 한껏 무장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되는 그런 날. 계속해서 곁을 기웃거리는 어떤 마음 때문에 외로울 틈도 없이 서글픔이 가라앉고 아릿했던 상처가 조금씩 옅어지던 순간들.
남들보다 서너 배쯤은 큰 마음의 안테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안아주는 일에 시간과 애정을 쏟는다. 마치 누구도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처럼 자꾸만 자기 마음을 떼어 혼자 있는 어떤 마음 옆에 두고 온다. 때론 참 유난이다 싶은 다정함을 가진 사람들. 하지만 사는 일에 치여 지치는 날엔 그런 마음 하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됐다. 한참 길을 잃고 헤매다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안도하는 아이처럼. 내 옆에 누군가 놓아둔 마음을 발견하는 날은 시렸던 마음이 금세 뭉근하게 데워졌다.
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실은 마음속으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우린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각자의 삶에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대체로 모른 채 살아가는 날이 더 많으니까.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일 거라 확신할 수도 없다. 힘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때때로 나보다 더 큰 어려움과 슬픔에 가득 차 있거나 나보다 더 고단한 인생을 끌어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가 기댈 수 있도록 마음 한편을 활짝 열어놓고 최선의 다정을 계속해서 보태어주는 일뿐이다.
다른 누군가 옆에 마음을 남겨 두는 일.
마음의 안테나를 크게 가지고 서로를 살펴봐주는 일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데서 시작되지만 동시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일은 한 사람의 삶을 일으켜주고, 그렇게 일어선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를 안아주면서 결국 다정한 마음들이 돌고 돌아 다시 내 삶을 감싸안는 순간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에 한 사람씩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언젠가 우린 모두 매일같이 서로를 안아주는 사이가 되어있지 않을까.
오늘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 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다 문득 그 노력들이 나태해지고, 계획했던 일들이 방향을 잃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마음을 긁히지 않았는지, 고단한 하루 속에 조금 지치진 않았는지, 행복과 불행이 겹겹이 쌓인 어느 틈에서 멍하게 멈춰있진 않았는지 그러다 혹 매일 똑같다고 느꼈던 일상 속에서 누군가 당신 옆에 두고 온 마음을 발견하게 되지는 않았는지.
당신에게 찾아온 작은 친절과 배려, 뜻밖의 호의와 다정하고 반가운 마음을 만나 당신이 조금 더 따뜻해졌기를. 그 마음 덕분에 당신도 기꺼이 누군가 옆에 자꾸만 마음을 놓고 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기를.
오늘도 당신 곁에 마음을 두고 오며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착한 일 한 가지를 선택하는 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봐 주고, 안아주고, 위로가 되는 일. 그렇게 매일 사랑 안에 머무르며 사랑이 되는 일. 그것이야말로 오늘 내가 만질 수 있는 가장 다정한 행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