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쉬어요

마음 충전소

by 꿈꾸는 날들

마음은 늘 바쁘고 무언가에 자꾸만 쫓기는 것 같은데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을 때, 진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잘 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을 때 마음은 우리에게 잠깐 쉬어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삶의 속도와 마음의 방향이 달라진 미세한 균열의 틈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냥 달리다 보면 언젠가 인생이 전부 탈이 나버린다.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고 성실히 일상을 쌓아가면서 내 삶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어깨 위의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질 수도 있어야 한다. 바른 방향으로 더 오래 걸어가기 위해 짊어지고 있는 책임이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우리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사는 일이 너무 버겁고 힘들 땐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무작정 참고 버티는 것보다 에라 모르겠다 실패하고 망쳐도 괜찮으니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과 복잡한 인간관계, 해내야 할 일들 그 모든 것으로부터 오는 자극들을 잘 받아들이고 제대로 소화할 수 있으려면 오히려 힘을 뺄 줄 알아야 한다. 잔뜩 웅크린 채로 어깨를 말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일상이 모두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문득 나만 불행하고 나만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 과도한 연민에 깊이 잠식되면 세상으로부터 나를 고립시키고 타인의 삶을 가볍게 여기게 된다. 그렇게 마음과 생각이 헝클어지기 시작하면 모든 걸 쉽게 장담하고 판단하게 된다. 번아웃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빨간 신호등이 켜질 때 영영 어긋나 버린 인생이 되지 않으려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초연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나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무장해 마음을 풀어놓는다든가 좋은 음악, 맛있는 음식, 나를 마음껏 꺼내 보일 수 있는 어떤 관계, 무엇이든 아무렴 좋으니 상념 없이 집중할 수 있고 정말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기대어 일단 마음이 쉬어가게 해주어야 한다. 일말의 고민이나 불편함 없는 충전의 시간. 그런 시간을 통해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어야만 진짜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내가 바라는 삶은 어떤 것인지, 그래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삶의 다음 챕터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


매일의 시간이 온전히 마음을 알아봐 주는 날들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일상의 한 조각이라도 마음이 충전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데 시간을 내어주고 애정을 할애해야 한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에서 나를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견고한 지반 같은 건 어쩌면 대단한 결심이라기보다 반복되는 하루의 끝 어딘가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았던 시간들이 축적되어 만들어낸 내면의 힘이 아닐까. 한 사람의 인성과 품격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볼 줄 알고,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으며, 조용히 내면을 다스릴 수 있는 강단과 계속해서 무언가를 깨우치고 배워나가려는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니 꾸준히 정진하는 내가 되기 위해 잠시 멈춰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내 삶이 무언가에 팔랑이거나 휘둘리지 않고 가장 나다움을 지켜 갈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잘 쉴 수 있는 사람이,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다.


산다는 건 때론 내가 원치 않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터지는 지뢰밭 같고, 나는 내 인생에서 조차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날들이 너무 많으며, 그 과정에서 무수히 부정적인 생각들은 자꾸만 탄생한다. 내 마음이 현실과 충돌하면서 계속 외면당하는 일들을 겪다 보면 좌절해 버리거나 지쳐버린다. 그런 생각에 갇히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도 잃게 된다. 쉽지 않겠지만, 산다는 건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감내해야 하고 흔들리고 넘어진 마음일지라도 부여잡고 중심을 잡아야만 한다. 세상이 자꾸만 나를 외롭고 병들게 만들어도 그 모든 것들을 결국 내가 스스로 잘 소화해 내야 한다. 그러니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 마저 없다면 늘 방전인 채로 사는 삶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루 종일 마음을 쓰며 사는 세상에서, 자꾸만 마음이 닳아가는 사람들. 그 틈에서 잠깐 쉬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복잡다단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음이 전부 바닥나버리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나에게 그런 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잘 쉴 줄 알기에 잘 회복될 수 있고, 스스로를 돌볼 줄 알기에 흔들리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 우린 모두 마음이 쉴 수 있는 충전소 하나쯤 가지고 살아야 한다. 진짜 행복은 마음이 평안할 때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