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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날들 Jul 12. 2024

알랭 드 보통, 불안

* 알랭 드 보통이 가지고 있는 첨예한 통찰력이 좋다. 특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등 사랑에 관한 담론을 좋아하는데  사랑이 가진 이면의 의미,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복잡하고 무수한 심리와 철학, 생각, 신앙, 감정들을 그가 가진 특유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참 경이롭다. 알랭 드 보통만의 기지와 위트가 그 사람의 문체가 되어 책 속에 잘 녹아있고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그와 마주 앉아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볍게, 가끔은 묵직하게 읽기 좋은 책들. (이름도 어쩜 보통이라니 너무 마음에 들어.)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 사회적 지위에서 온다고 말한다. 불안의  원인은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에 있으며 해법은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안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인의 불안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시작되며 타인의 시선이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에 대한 불안을 촉발시킨다고 말한다. 불안은 존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시작되며 그 해결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안  관점에서 각각의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요즘 같은 풍요로움의 시대에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났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결국 불안도 사랑의 문제이고, 사랑받고 싶은 내면의 아이가 세상 가운데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을 수 있는지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



< 우리가 불안해지는 원인>



1. 사랑결핍

-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p.21)



2. 속물근성

-  어렸을 때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며,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조건적인 애정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p.27)

-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단순히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p.29)



3. 기대

-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이야 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p.57)



4. 능력주의

-  능력주의 사회의 이상 덕분에 다수가 자신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가피하게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면, 실패한 사람 역시 그럴만해서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p.108)

5. 불확실성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생계를 유지하고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변덕스러운 재능, 운, 고용주, 고용주의 이익, 세계 경제)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뜻대로 따라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위계 내에서 자신이 바라는 자리를 얻거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다섯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p.118)



<해법>



1. 철학

-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족의 유대, 우정, 성적인 매력 때문에 가끔 물질적 동기가 부차적인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자신의 요구를 온전히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무모한 낙관주의자일 것이다. 인간은 웃어줄 말한 확실한 이유가 없으면 좀처럼 웃어주지 않는 편이다. (p.130)



2. 예술

- 우리가 비극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실패에 평소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은 그 작품을 통해 실패의 유래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 많이 아는 것은 곧 더 많이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p.198)



3. 정치

- 근대의 성공적 삶이라는 이상은 돈과 선을 연결시킬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연결도 시도한다. 즉 돈과 행복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런 관념은 세 가지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 근대 문명에서 접할 수 있는 엄청나게 다양한 직업과 소비재가 우리의 행복과 별 관계없이 욕망만 부추기는 번지르르한 소모적 전시품이 아닐, 실제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요구 몇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을수록 제품과 용역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고 따라서 우리가 행복해질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p.240)

-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p.247)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p.247)



4. 기독교

- 기독교는 위계의 개념을 없앤 것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윤리적이고 비물질적인 방식으로 재규정했다. 가난이 선과 공존할 수 있고, 초라한 직업이 고귀한 영혼과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p.315)



5. 보헤미안

-부르주아지는 상업적 성공과 공적인 평판에 기초하여 지위를 부여한 반명, 보헤미안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우아한 집이나 옷을 살 수 있는 능력보다 당연히 더 중요했던 것은 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감정의 주요한 저장소인 예숙에 관람자나 창조자로서 헌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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