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은 사람의 마음에 남아 두고두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말은 날카롭게 마음을 베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마음이 스스로 소리를 내고 눈에 보일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더 불행할까?
마음을 담는 '말'이라는 게 때론 마음보다 넘치고, 때론 도저히 다 담지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다행히 '말'이라는 게 있어서 우리는 타인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마음과 품성이 담겨있는 '말'
되도록이면 나의 말들이 누군가에게 '좋은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고
누군가의 말들도 나에게 '좋은 마음'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틈틈이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인간의 고질적인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그 농도를 연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의 손길과 언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p.7)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p.27)
알맹이가 없고 의미의 뼈대가 문드러져 있는 문장은 둔탁하기 짝이 없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수 있으며 상대가 지루하게 느끼거나 모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말의 밀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듣는 이의 귀에 닿는 순간 힘없이 바스러진다. 마음에 꽂히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날리는 운명을 맞는다. (p.93)
말은 오묘하다. 말은 자석과 같다. 말속에는 어떤 기운을 담느냐에 따라 그 말에 온갖 것이 달라붙는다. 말에 두려움이 담겨 있으면 불현듯 공포가 엄습하고 재미가 있으면 눈길을 끌어당긴다. 그뿐이랴. 꿈이 가득하면 종종 가능성이 뒤따라오고 말 한마디에 사랑이 녹아 있으면 언젠가 사람이 다가온다.(p.101)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