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강아지라니,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너무 좋아했던 만화 영화 <피너츠>. 스누피는 미국의 만화가 찰스슐츠가 1950년부터 쓰기 시작한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비글 강아지로 만화의 주인공인 찰스 브라운의 반려견이다. 어렸을 땐 별생각 없이 봤던 만화인데 어른이 되고 보니 어찌나 주옥같은 인생의 주석들이 담겨있는지 새삼 놀랄 때가 있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빌려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구나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을 빗대어 '진짜 찾고 싶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
스누피는 쉽게 낙담하고 쉽게 들뜨고 감정 표현에 늘 솔직하다. 자신이 강아지라는 사실을 조금 불편하게 생각하고 반고흐의 그림을 보면 좋아서 춤을 춘다. 자주 하늘을 날고 싶어 하고 폐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어 언제나 개 집의 지붕 위에서 잠을 잔다. 얼마나 매력적인 강아지인지. 나도 스누피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 뭐 중요한 게 있니 오늘 이 순간 우리가 함께 행복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라는 마음으로. 누군가 터무니없다고 말해도 꿈꾸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허무맹랑해 보여도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자기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러니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은 이를테면 소중한 가족, 오래된 친구들, 달큰한 밤공기를 맡으며 산책하는 일, 이른 새벽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사랑받았던 기억들, 내가 가진 바른 신념, 마음을 들썽이게 하는 책, 성시경 목소리, 카페에 앉아 글을 끄적이는 순간들, 갓 말린 이불의 보송보송함, 폭닥한 스웨터의 감촉, 아이들의 웃음소리, 스누피, 떡볶이, 하리보 젤리, 아이비 크래커, 과즙 가득한 딱딱이 복숭아, 아이스라테 한 모금, 계절과 계절이 바뀌는 순간의 온기, 라넌큘러스와 작약, 따뜻한 조명, 햇빛 샤워, 다정한 마음,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숙면, 작은 책방에 가는 일, 손 편지 그리고 너와 나누는 대화.
때때로 작고 시시해 보이는 일들이 우리를 완성한다. 원대하고 거창한 것들은 언제나 한참을 기다리게 하거나 어쩌면 영영 내 차례가 오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청춘의 날들엔 자주 서럽고 문득 슬펐다. 너무 멀리 있는 것들을 갈망하느라. 하지만 행복이란 게 그렇게 멀리 있는 것도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오히려 자주 마음껏 행복했다.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오늘을, 지금을 살아가는 순간순간에 느낄 수 있는 충만한 마음이다. 이토록 소소한 것들이 결국 가장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작은 기쁨, 작은 행복, 작은 감사들이 모여 나만의 의미와 색을 가진 진짜 '행복'을 완성해 준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볼 수 있다면 그래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의 일상에는 되도록이면 사랑하는 것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좋다.
내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모든 공간에 한 두 개씩은 사랑을 걸어놓는 것이 좋다.
나에게 사랑받는 모든 것들이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 테니까.
- <피너츠>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들 -
"넌 한다면 하는 사람이잖아. 그걸 보여줘. 너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너 자신에게."
"괴롭지만 함께라면 행복할 거야. 서로 사랑한다면 그 어떤 것도 보듬을 테니까."
"실수를 해도 괜찮아. 나쁜 날이어도 괜찮아. 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를 위한 최선을 해도 괜찮아. 너 자신이 되어도 괜찮아."
"기억해, 너의 현재 상황이 너의 종착지가 아니야.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너처럼 놀라운 하루 되길 바라."
"다른 사람들이 너를 싫어해도 괜찮아. 모든 사람의 취향이 좋은 건 아니거든."
"만약에 당신에게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힘이 있다면 그냥 하세요. 세상은 그런 것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네가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절대 스트레스받지 마. 네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고."
"친구란 말이야. 너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걱정할 시간이 없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사랑하기에도 너무 바쁘거든."
"삶이 너를 넘어뜨리면 그냥 돌아누워서 별을 봐."
"이미 벌어진 일을 통해 배우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며,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맞이하자. 그러니까 오후에는 그냥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