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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한국 여자 May 30. 2021

22. 한국 여자  앞에서 니캅을 벗은 한 여학생

" 선생님, 답답해요..! "

 2016년 어느 날 난 파키스탄 아슬라마바드 한 영국 국제 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음악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근데 얼굴이 붉어진 8학년(한국에선 중2 정도)의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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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도하는 학년은 아니었다. 7학년까지만 난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초등 2학년까지만 음악 과목을 수업에 넣는데 내가 학교 교장, 이사장과 취업 면접 때 이 조건을 넣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많아도 상관없으니 많은 학년을 만나고 싶다는 내 의사를 학교 이사와 교장이 들어준 것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파키스탄 학교의 학생들의 교복을 둘러보자.

 도시의 국제 사립학교들의 (IB 학제) 교복은 이 사진 속 교복보다 더 비싸고 고급이며 세련된 디자인에 색상도 밝고 수입품이다. 여학생 하복 교복 경우 반팔도 입는 사립학교들도 봤다. 사진은 보통 일반 공립학교의 교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참고로 이슬라마비드에 미국식 국제 학교 경우 교복을 안 입는다.


 사진에서 여학생들의 교복을 보면 몸의 성장에 따라 상의 길이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립학교 여학생 교복 경우 중고등학생이 되면 상의 길이가 무릎 중간까지 오고 대신 속에 얇은 바지를 입는다.


 내가 근무한 학교의 여학생 중등생 교복은 흰색었다. 사립학교 중고등생 여학생 교복은 사진처럼 히잡이 아니라 어깨에 얇은 차도르를 가슴 앞으로 둘러 핀으로 고정한다. 학생들의 편한 움직임을 위한 것 같다.


 근데 이슬람 수니파가 주로 있는 파키스탄에서 일부 종교적으로 보수적 가문의 시아파 사람들이 있다. 일부지만 그들은 모든 여성이 중고등학생 이후  검정 장옷 착용을 고수한다. 해서 교복 위에 검정 니갑을 머리에 쓴다. 니갑이 뭔지 사진으로 잠시 이해해 보자.

             사진 왼쪽 두 번째가 niqab


 해서 이런 집안의 여학생 경우 유아 땐 짧은 치마에 스타킹을 신다가 초등 땐 가벼운 차도르 차림(반면 수니파들은 윗 사진과 다르게 실바 수트를 입을 땐 차도르를  얼굴, 어깨, 목과 가슴까지 다양하게 두른다)으로 살다가 중고등 시기가 되면 교복 위에 머리에 흰색 또는 검정 니갑을 어깨까지 두른다. 더 보수적 집안 경우 교복 없이 검정 장옷, 니갑으로 머리부터 발까지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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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음악 교실에 들어온 그 십 대 소녀는 흰색 교복에 니캅을 하고 들어온 것이다. 이마까지 가렸고 눈만 볼 수 있었다. 전교생에서 이런 여학생들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라 매일 진행되는 학교 조회 시간에 눈여겨보곤 했었다. 사춘기에 소녀들이 이런 것을 어떻게 그들이 받아들이는지도 한국인인 나에겐 약간 궁금했다.


  근데 그중 한 명의 여학생이 내 음악실 들어온 것이다.  극동 아시아 한국에서 온 작은 눈을 가진 한국인 음악 선생님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든 상황이 갑작스러웠다. 근데 그 여학생은 자기의 기분 상태를 나에게 그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여학생이 답답함을 풀려고 하는 행동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들어주는 게 그 여학생을 위한 것이라 생각해 조용히 들어주었다.


  그 여학생은 나를 만나기 위해 내 공강의 시간표를 오랫동안 관찰했고 아무도 안 보는 시간을 타 음악실에 들어왔고 혼자 준비해 둔 것 같은 독백 같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여름 기온이 이슬라마비드 경우 한국과 달리 고온건조이나 최고 섭씨 38~43도까지 상승한다.

  

  그녀는 팔목발목도 덮어야 하고... 그때 니갑이란 걸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봤다.


" 선생님, 답답해요..! 보세요. 이 니캅을 쓰는 게 얼마나 복잡하고 답답한지.." 그러면서 니캅을 서서히 풀었다. 니캅을 벗으니 그녀의 목소리를 더 정확히 알아들어 내가 편했다. 예쁜 여학생 얼굴이 나왔다. 얼굴의 반이상을 검정 니갑으로 덮어서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전엔 알 수가 없었었다.


 그러면서 핀으로 어떻게 고정해서 착용해야 하는지  보여주었다. 내 기억엔 그때 그녀는 윗 사진의 니캅 착용 모양보다 머리 부분을 더 높게 둘러쌌다.

계속 들었다.


" 선생님, 이것 쓰고 나서 내가 달라졌어요. 외부와 나를 차단하는 뭔가 생겼어요. 내가 사람들과 덜 말하고 거리를 둬요. 그리고 고립된 느낌을 받아요. 좀 두려워요"

상기된 그녀의 붉은 얼굴빛, 이마와 얼굴과 목의 약간의 땀, 속도 급한 말로 그녀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마구 쏟아지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었다.


" 선생님, 가끔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슴도 답답하고 혼자라고 느껴져요. 대인관계가 두려워요"..라고 말했다. 난 니캅을 쓴 여학생이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고는 예상도 못했었다. 그냥 그들의 문화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만 생각했었다.

 

  여학생이 왜 하필 날 찾아 음악실에 왔을까.. 생각해봤다. 파키스탄 여자 선생님들도 많은데 왜 나였을까? 내가 외국인 여자라 그랬을까? 나만이 그녀의 비밀스러운 어려움을 더 이해 잘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참고로 난 음악교사로 학교 갈 때 차도르를 착용 안 했다. 그냥 한국 옷을 입었다. 다만 상의가 엉덩이까지 가리는 정도의 옷을 입었고 바지를 입었다.  얼굴과 어깨를 가리는 차도르는 안 하고 다녔다. 그렇게 하면 불편한 것은 째고 그런 모습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만약 당신이 그 자리에 음악 선생님이었다면 당신은 그 여학생에게 뭐라고 말해줄 수 있겠나? 선생님 위치에 서면 더 책임감 같은 것을 느낀다.


 그 여학생은 큰 눈을 가졌고 얼굴 윤곽이 예뻤다.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이 예뻤다. 사춘기 때 여성으로 몸이 바뀌는 과정에서 얼마나 꾸미고 싶고 나날이 성숙해지는 자기를 사회적 관계에서 관리하고 유지하고 싶었을까..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니갑으로 가려도 니갑 속은 꾸미고 있는 풋풋하고 순수한 소녀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말을 시작했다.


" 너 정말 예쁘구나. 나한테 와서 이런 말을 해줘서 매우 고맙다. 언제든지 와도 된다. 그리고 가족의 의사에 따라 이런 모든 것을 따르는 네 삶이 불편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이 상황에서 많은 스트레스받지 말아라. 숨 쉴 통로를 찾아라 "


" 네가 니캅을 써야 하는 것은 네 가족과 관련되었다고 모두 알고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와 세상과 벽을 쌓지 말고 크게 말해라. 필요하면 몸동작도 좋고 적극적으로 표현해라. 웃고 수다도 떨어라. 넌 꿈 많은 십 대 소녀다. 꼭 필요한 말로 제 때 표현해야 스트레스 덜 받는다. 넌 여자다. 혼자 있을 때 거울 앞에서 널 찾아라. 니갑 안에서라도 미소 짓고 웃는 일을 잊지 말아라. 강해져라!"


 이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비종교적인 말을 하는 것은 그 사회에선 금기이기 때문이다.


 그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그 여학생은 다시 니캅을 핀으로 차 겹 차 겹 올려 두르고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가볍게 음악실을 나갔다. 나한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그 후 여학생 화장실 거울 앞 서있는 그 여학생을 자주 봤다. 니캅을 더 예쁘게 핀으로 정리하고 그녀는 유일하게 얼굴 중 사람들에게 보이는 그녀의 두 눈을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여러 포즈를 시도하고 있었다. 정말 귀여운 소녀였다.


 난 흐뭇하게 멀리서 볼 뿐이었다.


                          Photo by 多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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