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이타적인 나, 이기적인 나

정말 성숙한 이기심이 이타적인걸까 ?

by 달꼼

조직 안에서 누군가를 보호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더 이상의 짐을 얹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내 나름대로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고, 그 사람의 몫까지 감내해보려 한 적도 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라고 믿었고, 그렇게 행동하는 내가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생각이 든다. 그건 정말 그 사람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걸 피하고 싶어서였을까? 사람은 지극히 자기중심적 존재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 역시 그 이기적인 사람들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이 스며든다.


내가 그들을 이기적이다고 평가했지만, 사실 나도 같은 부류에 속한 건 아닐까? 방향만 다를 뿐, 나 역시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다르다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마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내가 했던 이해, 참음, 배려도 모두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기 위해, 죄책감을 덜기 위해,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 믿고 싶어서. 그래서 묻게 된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 복잡한 생각 끝에 도착한 마음은 조금은 덜 이기적인 쪽으로 향하고 있는 걸까?

차라리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인간은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방향은 달라진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문제의 인식과 인정에서 시작되듯이 이기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이기심을 어떤 방식으로 다듬고, 덜 해로운 방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란, 누구의 기준일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늘 타인의 시선을 품고 있다.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이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말은 힘을 잃는다.


그래서인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언제나 불안정하고, 누군가의 기대에 나를 맞춰야 하는 조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게 보면,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종종 나 자신을 깎아내는 일이 되기도 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어떤 순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은 불편한 사람이 되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가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때로는 오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마찰에 의해 금세 멀어질 관계였다면, 애초에 오래 갈 수 없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진짜 관계는 잠시의 충돌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사이가 아닐까. 그래서 요즘은 이타적인 사람, 혹은 이기적인 사람보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중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무조건 참거나 맞서는 대신, 내 감정과 상대의 상황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으면서 필요한 말은 하고, 해야 할 선택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


나는 말하는 것을 망설이는 편이다.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번 내뱉은 말은 쉽게 거둬들일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한 말이 누군가의 감정을 흔들거나 그 사람에게 상처되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늘 있다.


그래서 가능한 조용히 감당하려 한다. 말하지 않아도 될 때는 입을 다물고, 말해야 할 것 같아도 그냥 삼킨다.
어쩌면, 말하는 순간부터 책임이 시작된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기에 나는 말을 늦게 꺼내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런 나도 말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 있다. 주로 누군가가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불공정하거나 왜곡된 상황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혹은 힘의 차이로 인해 어떤 사람이 계속해서 조용히 감당하고 있을 때,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 순간이 오면, 그 말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오해를 사더라도, 어떤 관계가 달라지더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말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계속 말하지 못한 채 남겨지게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걸 알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그럴 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부디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말해도 괜찮다는 신호로 닿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오늘도 중간 어딘가에 머문다


나는 완전히 이타적인 사람도, 그렇다고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도 아니다. 그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사람일 뿐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여전히 어렵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때로 다치게 하고, 때로는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중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필요한 말을 할 줄 알고, 침묵이 필요한 순간을 아는 사람. 그리고 상처를 피하지 않되, 줄이려 애쓰는 사람. 그리하여 누군가에게 말해도 괜찮다는 가능성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선택하고,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 오늘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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