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독립. 그 자체의 거부감

오히려 자유일지도

by 달꼼

신규 간호사 시절, 매일 병동을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감각이 하나 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내가 무슨 약을 준비하든, 수액 라인을 어떻게 연결하든, 옆에 있는 선배 간호사의 시선은 어김없이 내 손끝에 머물렀다. 보호하기 위한 시선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환자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을 매일, 하루 종일 모든 행동마다 느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호와 감시는 때로는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어느 날, 신규 간호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가끔은 제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처음엔 긴장해서, 나중엔 위축서 매사에 조심스러워진다. 그런 조심성은 어느 순간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바뀌고, 실수할까 봐 더딘 동작은 더 실수를 유발한다.


그 친구는 매일 긴장한 얼굴로 근무했다. 말수도 줄었고, 항상 무언가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선배들의 말 한 마디와 표정 하나에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치 병동 전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듯이.


사실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신규 간호사는 병동의 모든 간호사가 한 번쯤은 지켜보는 대상이다. 업무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고,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율도 해야 하니까. 그래서 그 시선은 때때로 “보호”처럼 느껴지지만, 더 자주 “감시”처럼 다가온다.


나는 신규 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많이 보이지만, 나중엔 아무도 안 봐.”

그 말에 그 친구는 놀란 듯 물었다.

“진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네가 어떤 간호사인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다들 알아야 하니까. 그래야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근데 독립하면 그만큼 자유로워져. 그때는 너도 1명의 간호사로서 움직이는 거니까.”


사실 신규 간호사들은 독립하는 걸 무서워한다. 더 혼자 남겨질 것 같고, 그 어떤 실수도 혼자 책임을 져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다. 독립은 책임이 늘어나는 게 맞지만, 동시에 시선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다.


누군가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은 훨씬 더 건강하다. 오히려 독립 이후에야 진짜 자유도가 생긴다.


처음엔 그 자유가 당연히 익숙하지 않다. 어색하고,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누군가 체크해주던 시기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실수를 방지해주던 선배가 옆에 없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감시 없는 현장은 오히려 자신을 더 성장시키는 무대가 된다는 것.


아무도 나를 보지 않으니까 내가 나를 보게 된다. 내 손으로 확인하고, 내가 순서를 정하고, 판단의 기준도 내가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쌓여 스스로 움직이는 간호사로 만들어준다.


그 친구는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혼자 하는 게 조금 익숙해졌어요. 누가 봐주는 건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건 실무가 익숙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시선으로부터 자신이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나는 늘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았다. 곁에 있어도, 일부러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일도 많았다. 실수하더라도 직접 겪게 놔뒀다. 왜냐하면 그 순간은 보호보다 감시보다 스스로 하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선의 중심에서 벗어난다는 건 단지 편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자, 자기 자신에게 책임지는 단계로 나아간다는 신호다.


신규 간호사는 늘 보이는 사람이다. 단지, 언젠가 그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때부터는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그 시간이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제서야 진짜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 시기의 감시가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시기를 잘 지나가려면 시선 속에서 자기 속도를 잃지 않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 끝엔 반드시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너를 보고 있는 것 같지? 근데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안 볼 거야. 그때 네가 너를 어떻게 보는지가 제일 중요해.”


보호와 감시, 불안과 해방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 마음이 결국은 한 사람의 몫이 되어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