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말하지 않는 사람을 보는 마음

고요 속에 숨겨진 이야기, 말없는 그들의 진짜 마음

by 달꼼

말하지 않는 동료를 보면 가끔은 부럽다. 뭔가 다 알아도 굳이 말하지 않고, 그냥 그런가 보다 넘기는 모습.
마치 모든 걸 초월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자주 묻는다.

“정말 저 사람은 불만이 없을까?” “저런 반응은 여유와 성숙함일까, 아니면 그냥 체념일까?”


늘 시큰둥한 태도로 반응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나만 괜히 예민한 것 같고 민감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경계하는 마음 사이에서 묘하게 흔들린다.


그들의 고요함 앞에서 나는 늘 시끄러운 사람 같았다. 가끔은 내가 더 유난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왜 나는 이렇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불평만 늘어놓는 걸까.


다들 조용히 잘 버티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자꾸 흔들릴까. 어쩌면, 나는 나약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들과 함께 있을수록 나도 점점 말을 아끼게 되었다. 변화를 꿈꾸지만 입을 다물고, 문제를 느끼지만 애써 무시하며, 그렇게 나 역시 그 고요한 무리 속으로 서서히 잠겨 들어갔다.


마치 나 자신을 조금씩 희미하게 만들어가는 것처럼. 그래서 처음엔 그들이 단단하고, 무던하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나는 그 곁에서 자꾸 흔들렸고, 그 고요함에 비춰 나만 유난스러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이 바람 스치듯 말했다. 마치 흘리는 듯, 그러나 분명히 내게 들리게.

"나도 다 해봤어. 다 말해봤고, 싸워봤어. 근데 힘든 건 나만 힘들더라."
"손해도 나만 보고, 남들은 그냥 비켜서서 잘도 살아. 말 많은 사람만 피곤해져."
"빈대처럼 잘 붙은 사람들끼리 어떻게든 살아남더라. 그런 사람들이 이기더라고."


그때 알았다. 그들의 고요는 성숙해서 생긴 게 아니라, 지쳐서 만들어진 거라는 걸. 말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을까.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말하지 않는다고,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말해본 사람들이었다. 단지, 말한 뒤에 남겨지는 상처를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도 묻고 싶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토록 조용하게 만들었을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텐데, 왜 결국엔 포기를 택했을까.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아"라는 체념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피로를 겪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끝까지 믿고 싶다. 내가 포기하면 또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계속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반응해 줄 누군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기에, 지금의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미래도 반드시 이렇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영웅도 아닌데, 왜 굳이 나서서 고생을 사서 해?

"어차피 바꿀 힘도 없으면서.. 그냥 관심받고 싶은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정말 관심을 받고 싶었다면, 나는 그들처럼 조용히 묻혀 들어가는 쪽을 선택했을 거다. 불만을 꾹 참고, 적당히 어울리고, 그저 눈치껏 행동하지 않았을까. 말 많은 사람은 괴롭고 피곤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결국 밑천은 숨기고 버텨도, 언젠가는 들키게 된다. 그래서 감추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아무리 오래 살아남고, 정신승리를 해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 사람의 힘이 단지 지위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리 직위가 높아도, 주위 사람이 따르지 않으면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은 힘으로 억누르는 게 습관이다. 마치 그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공을 바닥에 던져본 적 있는가?

공이 맨바닥이 아닌 다른 곳에 떨어지면 누구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튀어 오른다. 그 모습을 우리는 그저 바라볼 뿐, 공이 어디로 튈지 또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튀어 오른 공이 나에게 다가와 내 삶에 작은 흔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언젠가, 그 조용한 사람들도 움직일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고. 마음이 더해져 작은 물결이 큰 울림으로 번져갈 거라고.


내가 그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마음을 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함께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조용한 파동이 조금씩 바꿔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어쩌면 그게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천천히 조금씩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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