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과정-

마치 모카포트와 같다.

by 커피 작가 리니

나의 성장은 모카포트를 닮았다.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버튼 하나로 끝나는 커피가 아니라
불 위에서 기다려야 하는 커피다.


처음엔 물을 붓는다.


아직 맛도 향도 없는, 그저 비어 있는 상태.
하지만 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듯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 길에 들어섰다.
그 위에 원두를 담는다.


꾹 누르지 않는다.
억지로 다지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아직 압력을 견딜 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적당히’를 배운다.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과하지 않게 나를 채우는 법을.
그리고 불을 켠다.
이때부터 기다림이 시작된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시간이 길다.
‘이게 맞나?’
‘왜 아직이지?’
불안이 올라올 때도 많다.
하지만 모카포트는
조급해할수록 망가진다.
불을 세게 하면 쓴맛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는 배운다.
성장은 조절이라는 걸.
조금 약한 불로,
꾸준하게.


어느 순간,
“푸르륵—”


작은 소리가 난다.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안에서는 이미 충분히 데워지고 있었다는 증거다.
남들은 보지 못했던 시간,
나만 알고 있는 인내의 시간.
커피는 한 번에 쏟아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색이 점점 짙어지며 올라온다.
그 모습이 꼭 내 성장 같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건 없는데
어느 날 문득
“전보다 깊어졌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카포트 커피는
완벽하지 않다.
깔끔함보다는 투박함이 있고,
섬세함보다는 진심이 있다.
그래서 더 나답다.
나는 오늘도
불 위에 나를 올려둔다.
서두르지 않고,
넘치지 않게,
타지 않도록.
언젠가 누군가가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말하길,
“이 사람, 오래 불 위에 있었구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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