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작가란?

커피를 내리는 순간 나는?

by 커피 작가 리니

커피 작가는
맛을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내가 처음 커피를 사랑하게 된 건
향 때문이 아니라
‘기다림’ 때문이었다.


드립포트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물,
모카포트에서 올라오는 첫 숨결,
로스팅에서 1차 크랙이 울리기 직전의 긴장감.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아,
인생도 추출이구나.
할머니의 주름도
오랜 시간의 추출이었다.
뜨거운 날들과
쓰디쓴 날들과
견뎌낸 세월이
지금의 부드러운 미소가 되었다.
나는 그 시간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커피를 내리며
할머니를 떠올린다.
물이 닿는 순간 피어나는 향처럼
기억은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난다.
나는 그 향을 붙잡아
문장으로 옮긴다.
커피 작가는
쓴맛을 지우는 사람이 아니다.
쓴맛 속에서
숨은 단맛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시험을 준비하며
폼을 맞추지 못해 속상했던 날도,
에스프레소 도징이 흔들려 마음이 흔들렸던 날도
지금 생각하면
모두 나를 단단하게 만든 압력이었다.
압력이 있어야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듯
시련이 있어야
내 이야기가 깊어진다.
나는 바리스타 챔피언을 꿈꾼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내 삶의 향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잔의 커피를 건네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이건 오늘 당신의 하루 같은 맛이에요.”


그렇게
커피로 사람을 위로하고,
글로 시간을 보존하는 사람.
그게
나에게 커피 작가다.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은 한 잔을 내리며
완벽하지 않은 문장을 쓴다.


하지만...

안다.


추출은 늘 천천히 깊어진다는 걸.


그래서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커피처럼,


할머니처럼,


그리고 나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향을 남기며. ☕️✨

작가의 이전글나의 성장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