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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써단 단편소설] 소용돌이 1 - 매치가 성사 되었습

by 소시민 Dec 25. 2024

[아무렇게나 써보는 단편소설] -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3개월을 지냈다.


목사를 그만두고 지적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서 일한 지 계산해 보니 8개월의 시간.


그가 잠시 하려고 했던 일은 8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했다.


목사를 그만두고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 보고 싶다던 꿈은 목사를 그만두고 3개월가량 쉰 시간까지 더하면 1년이나 지체되었다. 그에게 무언가를 창작하고 싶은 욕구는 어디서 왔을까? 그는 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유튜브 촬영을 하기로 했다. 그가 선택한 유튜브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무작정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친구를 만드는 일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사랑을 찾는 일이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우선 출발했다.


사랑을 찾는다는 말은 그에게 가장 위대한 말처럼 여겨지면서도 공허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사랑을 이뤄 본 적이 있었는가? 


나이 만 35세에 아직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그에게 목매달고 죽어야 하는 일처럼 여겨졌다. 수치스러운 일.


남들은 잘만하는 연애 같은데, 그는 한평생을 바쳐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은 시간이 갈수록 현실로 차곡차곡 쌓여서 견고해져만 갔다.


그녀가 생각났다. H. 그녀의 이름은 H로 하자. H는 과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은 그에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그에게 연애도 결혼도 아닌 함께한 추억만을 남기고 간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오늘도 서울 거리를 지나면서 그는 혹시나 그녀를 놓칠까 주변을 살핀다. 어딘가 살아 있을 그녀다. 아니 그에게는 죽은 그녀다. 


그는 알았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 했다. 떠난 그녀를 잊지 못해도 한 걸음 나아가고 싶었다. 일본에서 3개월 간 떠나서 새로운 그녀를 찾는 건 실패.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사랑을 찾아야 할까? 4차 산업시대에 맞게 데이팅 앱을 돌려본다. 이것을 시작하기까지 여러 쓸데없는 고민들이 많았다. 이런 앱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전직 목사가 이런 앱을 한다는 건 미친 짓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적 욕구를 죄악시하는 풍토에서 교육받고 일을 했던 그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양쪽에서 잡아당겼지만 어느 쪽이 이기게 될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렵게 선택한 것 같지만 그가 처음 데이트 앱을 생각했을 때부터 결과는 그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신이 있다면 이 모든 건 신의 계획이었을까? 아니면 사탄의 일일까? 그는 온갖 죄책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애썼지만 쉽지 않은 문제였다. 데이팅앱을 하는 일은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각오한 행위였다. 최소한 그에게는 그랬다. 


앱은 결제를 하지 않으면 매치 성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1달이 지났는데, 이상한 스캠계정만 연결이 된다. 국적은 다양하게 표시된다. 공통점은 그들은 중국말에 능통하다. 그는 중국이 싫어진다. 그는 일본에서 모든 돈을 탕진했으면서 데이팅 앱을 결제한다. 만약 유튜브로 성공하면 무료 데이팅 앱을 개발할 것이라는 전의를 불태우면서 그는 스와이프를 돌린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을 때마다 '좋아요'를 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만을 선택해 나갔다. 매치가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전략이다. 이쪽 시장을 조금 검색해 보니 성비는 심각하게 맞지 않는다. 거의 9대 1이라고 하면 현실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 섹스파트너를 찾기 위해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도 그중에는 진실한 관계를 찾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는 자신의 마음을 검열하기 시작한다. 만약 진실한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성욕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말인가? 처음에 이런 생각은 불경하게만 생각되었다. 그러나 점점 그는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다. 



- 매치가 성사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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