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입원 (2025년 12월~2026년 2월)
12차 입원은 역대 최장이었다. 벌써 한 달을 넘기고 있으니 말이다. 긴 입원 탓에 유난히 많은 이웃들을 만났고, 지금 있는 두 이웃은 2주 남짓 함께 하는 것 같다.
그중 가정불화 부부는 70대인데 할아버지가 림프종이라 마지막 6차 항암을 하러 왔다고 했다. 예의 2박 3일의 일정을 기대하고 왔지만 바이러스 감염과 컨디션 난조로 2주 이상 머물고 있다. 하루 종일 잘 지냈다가도 투닥투닥 싸우거나, 쌍욕을 하며 싸운다. 같은 병실 식구들에게는 관심도 없거니와, 거의 누워만 있는 데다 귀도 어두운 아빠조차 그 할머니를 떠버리라고 불렀다. 말이 많고 목소리가 너무 커서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었다. 아빠가 초반에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양해를 구하다 친해져 할아버지가 좋아하신다는 추어탕도 시켜드리고, 순대도 나눠 드리고 하며 친해졌다. 친하긴 해도 어찌나 시끄럽고 소란한 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앞 베드는 40대를 앞둔 청년이었다. 어머니와 동생이 번갈아 간병을 했는데, 너무 버릇이 없어 우리는 그를 싸가지 청년이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어느 정도 경우가 있는 듯했지만, 아빠가 폐렴임을 안 뒤로, 버젓이 간호사에게 폐렴 환자가 있으니 방을 바꿔 달라지를 않나, 냉장고에 우리 칸에 버젓이 음식을 쌓아 놓칠 않나 영 비호감이라 말을 섞지 않았다.
두 보호자들은 비슷한 연배이어서인지 내가 모르는 새 얘기도 잘하고 어느새 꽤 친해있었다. 병실에 찐빵도 나누고, 커피도 사다 드리곤 하면서 데면데면하던 앞 베드 어머니와도 말은 주고받았다. 그러다 간병인 사태가 터지면서 앞 베드 어머니가 챙겨주신 것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 우호적인 사이가 되었다.
우리 병실에 일이 터진 건 가정불화 할아버지가 섬망이 오면서부터이다. 원래도 시끄러워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떨던 할머니는 남편이 자꾸 헛소리를 하고, 주사를 빼려 하자, 정신을 차리라며 혼을 내고, 못 살겠다며 소리소리를 질렀다.
하루 종일 이어지던 말다툼에 지청구가 저녁 8시까지 이어지고, 급기야는 간호사가 환자 파악을 위해 불려 오자, 친분 때문에 참고 있던 싸가지 청년의 어머니가 하루 종일 저런다며, 예의가 없다, 간호사가 대처를 잘해야 하는데 내버려 둔다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듣고 있던 청년이 “시끄러워” 하며 꾸시리를 주니, 보통은 그 말을 듣고 삭이던 어머니가 “너도 시끄러워, 새끼야”라며 일갈을 날린다.
급기야 간호사는 가정불화 부부를 바로 건너편 임종 직전 환자들만 들어가는 처치실에 넣는다. 덕분에 우리 병실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하룻밤을 처치실에서 보내고 돌아온 가정불화 부부는 삐졌는지 의기소침해졌는지 그 뒤로 아주 조용해졌다. 옆 베드 싸가지 청년의 모친과는 그 뒤로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한 성깔 하는 나도 너무 시끄러워서 “어머니, 그만 좀 하세요”라고 빽 소리 지를 뻔했다.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개이득!!! 절간 같은 병실이 너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