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입원 (2025년 8월~9월) 후
아빠가 퇴원해서 집에 오셨다.
흉부외과 CT 상 병변이 줄어 재발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어 갑자기 방출된다. 5kg나 체중이 빠져 35kg 미스코리아 몸무게를 찍은 이 양반은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난민처럼 보인다. 세워 놓으면 인체해부도를 보는 듯하다. 한 일주일을 집에 와서도 잠만 내리 주무신다. 이대로 영영 회복 못할지도 모를 불안감이 때때로 엄습한다.
암환자에게 처방되는 식욕 촉진제의 도움을 받아 식욕을 돋우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양반은 약발은 기차게 받는다는 거다. 식욕이 점점 돋아 하루 종일 입이 쉴 틈 없이 드시면서, 먹고 자기의 신생아 루틴을 반복한다.
병원 생활의 여파로 제대로 체력이 고갈되었다. 응급실에서 이틀을 지내고, 병실에 올라와서도 옆 베드 환자 어르신이 치매기가 있어 보호자와 무한 반복의 말다툼을 시전 하는 탓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그런 탓인지 퇴원 직후에는 쓰레기 버리러 현관에 나가지를 않나 (쓰레기통은 세탁실에 있다), 본인 방에 안 보여서 찾아보니 내 방에 버젓이 누워 있지를 않나, 옆 사람 식겁하게 한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눈빛이 다소 총명해지고, 기운도 차리는 듯싶다. 신생아 모드에서 조금 발전해 티브이 보는 시간이 꽤 길어진 돌쟁이 모드로 전환한다. “나 누구냐?”라고 물으면 “모른다”며 농담으로 받아치기도 한다.
아, 이대로 잘 회복해서 다시는 입원하지 않고 - 아니 1년에 한 번 정도는 괜찮다 - 주로 아프지 않고, 어쩌다 한번 아프다가 건강히 잘 드시고, 본인 스스로 화장실 왕래 하시면서 5년만, 10년만 우리 곁에 있어 주시기를.
아, 지금 상태로만 유지하다가 엄마 칠순 때 괌에 가서 그렇게 재미있게 하던 스노클링을 한 번만 더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은 90살까지 부모가 생존해 계신 사람들이다. 특히 아프지 않고 건강하신 분들이다.
다시 한번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대로만 조금 더 오래 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더 아프지 않고, 병원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고, 소소하게 일상을 누리며. 이전처럼 활동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맛난 것도 잡숫고, 조금씩 웃고, 손주들 재롱도 보고, 내가 하는 잔소리도 들으며. 그렇게 조금 더 머물러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