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연습 9 — 즉흥 캠핑이 풀어준 긴장
설 연휴에 캠핑을 다녀오기로 했다.
처음부터 마음먹고 준비한 캠핑은 아니었다. 쉬는 날을 찾고, 캠핑장을 찾아보다가 날짜가 설 연휴로 딱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그렇게 계획은 ‘결정’이 됐고,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를 출발선까지 데려다 놓았다.
설렘은 크지 않았다.
그냥 고기나 구워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캠핑장은 서울에 있었다.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는 곳.
무엇보다 좋았던 건, 물품이 거의 다 준비되어 있어서 몸만 가면 된다는 점이었다. 숯도 준비해주고 불도 피워준다. 우리는 고기를 굽고, 먹고, 쉬기만 하면 됐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넓고 아늑했다.
바람도 세지 않아, ‘밖이 춥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따뜻했다. 우리는 그 안에서 30분쯤 쉬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여자친구가 예전에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당황스럽고 얼이 빠질 것 같은 상황인데, 그게 또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웃다 보니, 몸 어딘가에 박혀 있던 긴장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고기를 굽기 위한 셋팅을 시작했다.
어떤 고기를 먹을지, 쌈 채소는 뭘로 할지, 고기 먹은 뒤엔 라면인지 찌개인지, 후식은 고구마인지 마시멜로인지, 소시지도 구울지.
이걸 고르는 과정부터 이미 하나의 놀이 같았다. ‘뭘 먹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고르고 있다’는 게 좋았다.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연기가 많이 피어올랐다. 시야가 가려져 고기가 익었는지 분간이 잘 안 됐다. 연기를 입으로 후후 불어가며 고기 상태를 확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뚜껑을 덮으면 연기를 덜 마실 수 있었다. 처음 써보는 장비라, 나는 연기를 꽤 마셔가며 고기를 구웠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장면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런데 또 그런 시행착오가 캠핑 같기도 했다. 잘 굽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목적이 되는 방식.
다 익은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쌈을 싸서 먹고, 된장찌개에 밥도 같이 먹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고구마를 숯불에 구워 커피와 함께 먹었다.
날씨는 춥고 싸늘했지만, 싸늘할 때 밖에서 먹는 캠핑이 이런 재미인가 싶었다. 따뜻한 게 더 따뜻해지고, 맛있는 게 더 맛있어진다.
마지막으로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 먹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불이 붙어 다 태워 먹었다. 태운 부분을 걷어내고 다시 구워 노릇노릇하게 만들었다.
입에 넣고 당기니 쭉 늘어났다. 별거 아닌데 이상하게 즐거웠다.
어쩌면 요즘 내게 필요한 건 이런 ‘별거 아닌 즐거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여유를 가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지금의 나에게 여유는 사치 아닐까, 그런 생각이 따라다녔다.
학원에서 배우는 것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늘 긴장한 상태로 서 있었다.
그런데 캠핑을 하면서 긴장이 풀렸다. 조급함이 줄어들고, 없던 여유로움이 찾아왔다.
특히 텐트 안에서 나눈 30분의 대화가 그랬다. 내 긴장을 풀어주려는 그녀의 마음이 그 안에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쉬는 내내 다른 생각은 떨쳐내고 온전히 편하게 쉬다 왔다.
이번 캠핑은 급전개로 오게 됐지만, 결론적으로 너무 즐거웠고 오래 남을 것 같다.
정말 그녀에게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