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자는 같아 아니 달라
요즘 내가 지나간 인연들을 그리워 하기도,
지나간 인연들이 나를 그리워 하기도 하는 일들이 잦다.
내 테블릿에 있는 군대 선임이 남긴 메모를 보고 히죽 대며 추억들을 되새겨 보던 찰나
‘상원 행복하세요 2024.06.07’
최근 그 선임에게 연락이 와서 군 생활 당시 느꼈던 끈끈함과 투기에 가슴이 벅찼던 적도 있고
자주 연락 못하던 동내 친구를 떠올리며 안부 문자를 보내려던 찰나 3분 뒤 길에서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하고 웃음을 띄워 보냈던 적도 있다.
또 1년간 일하던 학원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선생님 잘 지내시나요’ 하고 온 연락은 뭔가 모를 고양감을 선사해 주었다.
나를 좋게 기억한다는 것 아닌가.
내 말과 행동들이 끝없이 펼쳐질 우주들에게 파동을 일으켰다는 것 아닌가.
난 이런것에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지금의 나와는 다른 수신지로 보낸 편지지만
잊혀진 별이 나와 지나온 인연들을 이어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가슴이 뛴다.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장이지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려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 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