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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떡볶이 사장 도여사 Oct 19. 2023

오늘은 떡볶이가 생각나서요 [1]

떡볶이 집을 오는 이유

안녕하세요. 부자 사장님들. 도여사입니다.


오늘은 저녁에 간판을 환하게 켜놨더니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네요.


간판을 안 끄고 퇴근했다가  앞 건물에서 간판 때문에 환해서

못 잔다고 해서 간판을 아예 못 켰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찾아오시는 손님들께서

" 장사해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장사하는 집인데 장사하냐고 물어보는 게 민망해서 오늘부터는 잠깐이라도 켜놓으려고 합니다.


마침 장사해요라고 물으며 아빠와 아들이 들어왔습니다. 

아들이 먼저 들어와서 떡볶이와 김밥과 튀김이 든 세트를 주문합니다, 떡볶이는 치즈떡볶이로 바꿔달라고 합니다.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처음 먹어본 솜씨가 아니구나.

맛있게 해 줄게. 쿨피스 꺼내먹어."



그리고 아빠가 늦게 들어와서

"뭐 시켰어?"

"이거 세트 시켰어요. 17000원이에요.  저에게 돈 보내주세요. "


아들은 당당하게 아빠에게 떡볶이 값을 청구합니다.

"어디로 보내줄까? 토스로 보내?"라고 묻자

"카카오뱅크로 보내주세요!"라고 합니다.


아빠가 놀라서 묻습니다

"너도 카카오 계좌 되냐?"


"네. 생일 지나서 이제 저도 카카오 뱅크 됩니다."

아이는 민증이 나온 것처럼 자랑하듯 이야기합니다.


송금을 해주며 떡볶이를 먹으러 여기까지 왔냐며

한마디 하는 아빠.


치즈떡볶이와 김밥하나를 찍어 입에 오물오물 넣어보고

벽을 한참을 바라봅니다. 시간이 지나 빛바랜 사진과 포스트잇을 보면서 나에게 묻습니다.


"사장님, 장사하신 지 오래되셨나 봅니다."

"네. 9년 정도 됐습니다."

아무리 꾸며도 세월이 지난 티는 벗겨지지 않는지 손님들은

떡볶이 집 나이를 물어봅니다.


"아, 그러시군요. 여기 아들이 맛있다고 해서  관평동에서 왔습니다."


"어머나, 감사합니다.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어요? 친구들이 인스타 올렸나요? "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니요. 저 며칠 전에 와서 먹었는데 관평동까지 배달 안된다고 하셔서 아빠 차 타고 왔어요."


"아, 기억난다. 명절 전에 왔었죠?"


손님이 단번에 기억났습니다.  명절 전이라 손님도 없었는데 아이들이 셋이 와서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고 갔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아빠와 다시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떡볶이를 먹으러 오는 건 다들 이유가 있기에 나는 손님이 떡볶이를 먹으러 오는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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