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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지 Dec 20. 2024

너 나랑 헤어지는 거 되게 아쉽구나?

잘 지내 2024년! 그리고 2024년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아빠도


슬슬 연말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한 해를 성과 없이 보냈다는 허무감, 앞으로는 새사람이 돼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을 만나보았다.


It’s me!


친구: 연말에 생일도 있고, 인센티브도 받는데 꽤나 우울하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나: 그렇다.(웃음) 일단 반지하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햇빛을 많이 못 봐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하지가 않다. 


벌써 12월의 절반이 지나갔다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2024년의 12월, 오랜만에 15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




올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인 가정사가 있었고, 건강상의 문제로 처음 입원도 해보고, 내 의지로 경제˙의학 서적을 매달 4권 이상 읽어보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변화도 경험했다.


처서 매직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역대 최장 기간 여름으로 매일 밤 식은땀을 흘리고 잤으며

교과서에서만 봤던 계엄사태를 TV가 없는 관계로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직관하는 어처구니없는 12월 3일을 경험했다.


재테크 서적을 열심히 읽고 투자한 주식은 평균 30%의 수익률을 보여주었으나, 계엄령 사태로 국장은 -60%까지도 떨어진 종목이 있었다. 


그건 그저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2024년의 이벤트인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달했을 때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던 15년 지기 친구와 거의 3년 만에 재회를 했다.  


연말이라 공연도 보고, 맛있는 국물 요리도 먹었다. 마치 우리 사이에  3년의 공백이 없었던 것처럼.


친구: 사실 너한테 굉장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요즘에 엄청 들었어. 네가 가장 힘들던 때에 내가 도움이 되어준 사람은 아니잖아? 나는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린 건데, 어떻게 보면 그게 핑계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이제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 시기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친구가 아니라 시간과 하늘의 도움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구: 사회에서 만난 다른 친구였으면 이렇게 미안하지 않을 텐데, 어차피 진짜 친구는 중고등학교 친구라고 하잖아. 회사 사람한테 그랬으면 안 미안한데.. 어차피 퇴사하면 안 볼 거니까..


아무튼 연말 되게 별 거 없다! 지금 시국도 이래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안 나고



친구의 말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얘, 지금 나한테 엄청 미안하구나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하고 엄청 친하구나?



사람은 누구나 방어기제를 갖고 있다. 그 강도가 다를 뿐


앞서 얘기했듯이 계엄령 사태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과 국장의 마비는 내 잘못이 아니다. 자연재해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자연재해처럼 받아들여진다면 굳이 왜 쿨한 척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말하고 다니는 걸까?


맞다. 사실 나는 좀 속상했다.

2024년에는 더 멋진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재테크 서적도 열심히 읽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투자도 시작했으며 엄마에게 용돈도 드리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꺾인 것이 속상했다.


부모님 두 분의 사랑을 받으며 여유롭게 살던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는 혼자 남은 엄마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도, 1년에 3번은 가던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이젠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다 덤덤히 받아들이는 척하면서도 계속 이겨낼 거라고 말하는 게 방어기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시련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시련이 와서 좋다고 방어기제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친구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내년에 퇴사하면 끝인데, 굳이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회사사람들하고 엄청 헤어지고 싶지 않구나?


무더위가 길고 혼란스러웠던 2024년 힘들었지만 떠나보내기 아쉽구나?



솔직한 사람은 언제나 매력적이듯이

그냥 방어기제를 버리고 말해보고 싶다

잘 지내 2024년! 그리고 2024년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아빠도주ㄱ

1. 단타로 재미 보려던 국장이 폭락해서 슬펐습니다.
2. 그래도 미장을 더 많이 사서 헷지는 성공했습니다. 대신 달러가 올라서 당분간 더 못 살 거 같습니다.
3. 반지하일지라도 자취를 시작한 게 스스로 대견했는데, 내년에는 트리마제에서 살고 싶습니다!
4. 엄마가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떠난 게 사실 회복이 안 됐는데 엄마마저 떠나면 진짜 못 견딜 거 같습니다.
5. 하지만 가진 돈을 다 잃고 엄마마저 떠난다 해도 죽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도 잘  살아보고 싶습니다.
6.  열심히 노 젓고 있으니 물이 많이 들어와 줬으면 합니다. 저도 열심히 할 테니 국가 덕 좀 보고 싶습니다!



사실 많이 아쉽지만 잘 보내줄게, 2024년!


남은 시간 동안 서로 잘해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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