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들으면 꽤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 나의 강점
실제로 잘난 사람이 아니고, 겸손해야 한다는 겉치레 때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싶지만,
꽤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내 장점은 바로 글씨체다.
동글동글 귀엽게 그려낸 자음과 모음엔 또렷함이 묻어있어 모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어떻게 적은 건지 몰라서 오해를 부른 적 없는 아주 깔끔한 글씨체를 가지고 있다.
이 글씨체는 아빠한테서 물려받았다.
지난 금요일, 밀린 업무를 모두 해결하고 당일 반차를 썼다.
신입이라 연차가 귀하지만 그보다 더 귀한 것을 찾고 싶어 반차를 쓰고 법원에 갔다.
만 서른이 되기 전까지만 발급받을 수 있다는 출생신고서를 뽑기 위해서
금요일 오후 3시에 방문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윤석열 각하를 풀어달라고 시위하는 아주머니,
그런 아주머니를 찍고 있는 YTN 기자들,
나라가 혼란할지언정 얼른 헤어지고 싶어서 줄 서 있는 이혼 신청 부부들,
개명하고 싶어서 계속 한자 이름을 찾아보는 어르신
그중에서 아빠가 손글씨로 써준 출생신고서 출력을 기다리고 있는 나.
저마다 귀한 시간 무거운 분위기의 법원까지 와서 무언가를 신청해야 할 만큼 간절한 증명서가 필요한 사람들이겠지.
출생신고서 접수부터 출력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내가 태어났다고 기뻐했을 아빠의 신난 글씨체가 갑자기 무척이나 보고 싶어 졌기 때문에 그 10분이 굉장히 길게만 느껴졌다.
예상했던 대로
그리고 예상해서 더 슬픈 대로
아빠가 써준 나의 출생신고서는 아주 꼼꼼하고 예쁜 글씨체로 채워져 있었다.
만 27살이 넘으면 폐기하는데, 최근에 만 30살까지 출생신고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아마 귀찮아서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 연령을 높여준 거 같다.
난 이미 96년도에 출생됐고, 아빠는 21년에 이미 떠났는데 지난 시간을 자꾸 뒤돌아보고 있는 걸까 싶지만 가슴이 너무 아파서 돌아볼 수밖에 없다.
떠난 사람이 남긴 흔적을 자꾸만 추억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 아프면 가끔씩은 뒤돌아봐도 되겠지요?
어차피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아빠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내 동글동글 글씨체는 너무나도 아빠를 닮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