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벽에서 액자가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있으신가요?
21년간 함께 잘 살아왔던 아내가 어느 날 갈라서자고 말하는 것처럼,
오래 신었던 신발의 밑창이 갑자기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마음 줬던 길고양이가 어느 날 싸늘하게 죽어 있는 것처럼.
생각도 못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쿵.
벽에 박힌 못과 액자는 약속을 했을까요?
벽에 박힌 못: 2025년 6월 9일 16시 05분까지만 버텨볼게
액자: ㅇㅇ 그때 떨어질게
저는 어릴 때 이런 기운을 꽤 잘 느끼는 편이었습니다.
조만간 벽에 건 가족사진이 떨어질 것 같다는 예감,
집 앞의 삼색 고양이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
담임선생님이 왠지 아파 보이신다는 느낌, 조만간 휴직하실 것 같다는 예감.
그런데 그런 기운이 소멸되었는지, 어느 순간 위험이 코앞에 왔는데도 못 알아보고 오늘처럼 갑자기 미끄러져 손목에 금이 가기도 하네요.
아빠의 심장이 멈출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 하고 일본어 시험을 치러 갔던 그날 이후로 위기 인지 능력이 많이 줄어든 걸 느낍니다.
하나 찝찝한 구석이 있다면, 요즘 엄마와 통화할 때마다 그런 기분이 듭니다.
왠지 엄마도 아플 것 같다는, 안 좋은 기분.
곧 서른이고,
혼자 살아도 잘 살 수는 있는데, 엄마마저 떠나면 어떡하지?
지구에 혼자 떨어진 기분을 느끼며 자다 깬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공황장애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고, 아빠를 닮아 심장이 약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 무더위에도 입맛이 상당한 걸 보면 아픈 건 아닌 것 같고요.
그냥 다가올 무언가에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말처럼 이렇게 넘실대는 불안감이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변하길 기도해봅니다.
6월 20일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 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어쩌면 가장 큰 행복을 맞이하기 전에 불안해서
액자가 떨어질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아프면 어쩌지 불안했는데, 정작 손목에 금이 간 건 저였으니까요
'잘 된 일이야. 뼈가 한 번 부러지면 더 단단하게 붙거든'
엄마가 전해준 위로처럼 건강하게 6월 20일을 맞이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