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에서 75% 사이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꽤 든든한 일이다.
완전히 내 편은 아니어도, 세상에 나와 비슷한 형상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외모는 닮지 않았지만(희망사항이다) 나에겐 오빠가 있다.
오빠는 어릴 때부터 유학을 가서, 서로가 가장 예민할 시기에 한집에 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평균적인 남매보다 조금 더 정중한 사이가 됐다.
서로의 방문을 마음대로 열지 않았던 만큼 무례한 공격으로 상처 준 전적이 없다.
키는 나보다 30cm 더 크고, IQ도 30점쯤 더 높은 것 같다.
콧구멍에서 거미 다리가 종종 나온다는 점만 양해하면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라 생각한다.
원래도 오빠라는 존재는 이 세상 어딘가에 쉴 수 있는 방 하나를 마련해 둔 느낌이었는데, 아빠가 떠난 뒤로는 그 방의 평수가 더 늘어난 기분이다.
내가 사라져도 오빠가 있다면 엄마의 슬픔은 25%에서 75%쯤은 회복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은 오빠의 생일이었다.
어렵사리 구한 두쫀쿠 한 알과 아이폰 신형을 챙겨 내려갔는데 오빠는 두 선물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어서 진심으로 놀라웠다. 원래 디저트와 스마트폰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기대하지 않은 사람의 표정은 늘 과하게 좋다.
조촐하게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오래 나눴다.
오빠는 오랜 시간 방황하다가 드디어 자신의 재능을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았는데 그 모습은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도합 123살이지만 식사하면서 나누는 대화 수준은 그다지 수준 높지 않은데,
나는 농담으로 일하지 않고 구글 통근버스에 부딪혀 보상금을 받은 사례처럼 나도 한 번 부딪혀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가 과격한 말 하지 말라고 혼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치이면 처음만큼 많이 안 줄 테니 초범인 테슬라에 부딪히라고 했다.
이어 두쫀쿠를 맛본 엄마는
“이거 판매 중지되면 창문 깨서라도 들어가서 꺼내 오고 싶은 맛”이라고 했다. 엄마도 한 과격하는구먼 뭘..
오빠는 갑자기 요들송 잘 부르는 법 같은 걸 알려줬는데.. 그다지 귀담아듣진 않았다.
그렇게 각자 하고 싶은 말로 쌓여가는 게 이 식탁의 묘미 아닐까.
무튼,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를 버티며 서 있는 일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니까
책임감으로 일어서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나와 오빠, 그리고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