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 무너뜨린 이웃 간의 정, 해답은 이해와 배려

by 윤찬우

정부는 수도권 밀집 현상을 해소하고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9년부터 신도시 개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는 주택 중심에서 고층 아파트 중심으로 변화했고 아파트 숲이라 불리는 새로운 도시 풍경이 만들어졌다. 고층 아파트는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세대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층간소음이라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발생시켜 이웃 간의 정서적 거리는 멀어지게 했다. 결국 '이웃사촌'이라는 따뜻한 공동체 의식은 한국 사회에서 점차 붕괴됐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소통과 유대가 상실된 주거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층간소음 관련 통계들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발표에 따르면 2012년 1만 624건에 불과했던 층간소음 민원 접수 건수는 2023년 4만 4,204건으로 10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층간소음 이슈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지속적인 층간소음에 대해 ‘화가 날 것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소음이 자주 발생할수록 정서적 불안감, 스트레스, 이웃 관계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이 폭력적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7일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에 분노한 A 씨가 1m에 달하는 흉기를 들고 윗집 주민을 협박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3월 경기도 양주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하는 이웃 주민의 현관문에 액젓과 동물 분뇨를 뿌린 B 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두 사건은 과거 이웃사촌이 내는 일상 속 ‘소리’가 현재는 윗집 거주민이 내는 ‘소음’으로 인식되면서 갈등의 씨앗이 됐음을 보여준다.


물론 층간소음의 원인을 단순히 공동체 의식의 부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건설사의 부실 공사와 방음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설계와 방음 시설이 갖춰지더라도 이웃 간 공감과 상호 존중이 없다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기 어렵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웃 간 소통 부족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문제는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기적 개인주의가 만연해진 한국 사회에서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존재할 것인가.


세상이 차가워질수록 개인은 더욱 고립되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진다. 얼음이 깨지기 쉬운 것처럼 공동체 의식이 결여돼 얼어붙은 사회는 위기에 취약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배려하고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웃 간의 소통이 사라진 오늘,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주치는 이웃에게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는 것은 어려운 행동이 아니다. 우리는 사소한 시도를 발판 삼아 사회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재건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야 할 기로에 놓여 있다.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세상 전체를 훈훈하게 데우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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