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집행인’ 일당이 지난 4월 24일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들은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실명과 얼굴, 직장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서 반복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 사건과 무관한 인물까지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부는 해고, 이혼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사실과 다른 정보를 퍼뜨리고, 화제가 된 이슈를 빠르게 포착해 영상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은 ‘사이버 레커’라고 불린다. 이 단어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와 사건, 사고를 수습하고 사고 차량을 견인하며 돈을 버는 ‘레커차’에서 유래됐다. 그들은 FM코리아, 디시인사이드 등 악성루머가 만연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은다. 그렇게 습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자극적인 영상은 온라인의 특성상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시청각물에 선동당한 소수의 공중들은 사이버레커의 행보에 찬사를 보내는 기이한 행태를 간혹 보인다. 찬양하는 대중들을 뒤로, 이들은 자신이 정의 구현을 실현한다는 뒤틀린 영웅심리에 빠져 점점 더 자극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이런 행태가 확산된 배경에는 언론의 침묵이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보도기관은 피의자 신상 공개를 자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신문윤리위원회규정에 따라 가해자 정보 공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인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변화였지만 사회적 공분이 큰 사건에서조차 뉴스 매체가 침묵하거나 중립을 유지하는 태도는 대중에게 ‘알 권리의 박탈’로 받아들여졌다.
대중들은 가해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원한다. 지난 2023년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 7,7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적제재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9%가 ‘가해자 신상 공개 및 저격 등 사적 제재’에 대해 적절하다고 답했다. 선택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44%였고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이 결과는 대다수가 사적 제재를 용인하는 태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대중 인식은 사이버 레커에게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해 이들이 제도적 감시망 밖에서 개인정보를 퍼뜨리는데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그 결과 ‘언론이 하지 않는 일을 유튜버가 대신한다 ‘는 프레임이 형성되며 활동이 정당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들은 공익목적, 이미 유포된 정보, 단순 인용 등을 주장하며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한 사이버 레커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의 자체 규제가 자유로운 데다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수사도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해 실질적인 제재는 늦춰지기 일쑤다.
함구하는 언론이 기폭제가 된 사이버레커와 이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대중들은 서로 맞물려 위험한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거짓이 진실보다 불티나게 팔리고 분노가 이성을 앞지르는 시대에, 정의는 클릭 수로 거래되는 실정이다. 지금 사회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언론은 침묵을 걷고 제자리를 찾아야 하며 플랫폼은 단순 공간 제공자를 넘어 책임감 있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중은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소비된 폭력의 여파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우리는 이 왜곡된 삼각형을 정리하고 새로운 균형을 그려 나갈 기로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