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류의 보폭과 발맞추고 있는가?

by 윤찬우

2011년 하반기 이후 스마트폰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2013년 후반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3750만 명을 기록하며 국민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됐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빠르게 무수한 타인들과 연결됐고 기업 및 제조사들은 이러한 흐름을 읽고 거대 자본과 인적 자원 자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현재 기술 발전의 속도는 브레이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가속 중이다. 우리가 거리감 없이 쉽게 사용하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역시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그에 따른 기술 축적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런 기술 발전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그리고 그 속도는 인간의 보폭과 발맞추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거리, 시간과 관계없이 타인과 소통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최근 자율주행 기능까지 탑재된 차량까지 출시돼, 교통사고 등의 사건·사고의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술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을 양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은 우리의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상에 유포하며 사회적 분란을 만든다. 또한 특정 공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조작해 거짓 뉴스를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일반인의 얼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합성 음란물로 만드는 ‘딥페이크 음란물’까지 판치고 있다. 개인의 얼굴을 SNS 상에 공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시점에서, 누구든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를 우려스럽게 만든다. 또한 알고리즘 역시 대중들에게 ‘편향’을 심어주고 있다. 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사회통합 저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신의 생각과 관점에 부합하는 콘텐츠만 소비하게 됨에 따라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는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할 수 없게 된다. 극우, 극좌 등 특정 정치 성향 유튜브만 소비하며 편협한 시야를 가진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매일같이 불화를 일으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시다. 결국 정보는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운 시대에 도달했다. 기술은 분명 삶의 질을 수직적으로 상승시켰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요즘 사람들은 점점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동물과 인간을 비교했을 때, 고등생물인 우리의 장점이 ‘사유의 힘’에 있다는 점에서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당장 주변의 대학생들은 과제부터 시험까지 대학 생활의 모든 과정을 AI 기술과 함께하고 있다. 과거에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공부에 몰두했지만 이제는 과정은 생략하고 좋은 결과, 즉 성적만을 원한다. 이들에게 미래의 대한민국을 맡길 수 있는가? 또한 이들은 정말 타당한 인재인가? 우리가 가진 ‘사유의 힘’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어 기술의 발전은 세대 간의 단절을 가속시켰다. 잘파세대(Z세대+Alpha세대)들은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기술을 잘 다룬다. 인터넷이 이미 주류가 됐을 때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디지털 기기를 네이티브처럼 자유자래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부모는 간단한 앱 설치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조부모들은 터치 스크린이 익숙하지 않다. 기술은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기술에 익숙한 자들만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꼴이다. 즉 각 세대가 각기 다른 화법을 쓰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단절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해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진보는 어쩌면 인류가 걸어온 여정 중 가장 눈부신 성취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 덕분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경지에 도달했고 인간의 한계를 재정립했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에 있다. 기술은 더 이상 인간의 보폭에 맞출 수 없다. 이제 인간보다 앞서 가며 우리가 끌려가고 있는 셈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속도는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왜 그토록 서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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