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바다에서 성장하는 대학생들

by 윤찬우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학창 시절 인적 네트워크는 제한됐었다면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그 폭은 훨씬 넓어진다. 대학생활은 ‘관계의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학과 동시에 쏟아지는 단체 대화방 알림과 함께 첫인사를 건네는 신입생부터, 졸업을 앞두고 연락할 사람을 고민하는 고학번까지.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제 막 대학에 발을 들인 신입생들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누군가와 억지로라도 연결돼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과 혼자 있는 순간, 소외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그들의 일상을 매운다. 단체 대화방에 어떻게든 리액션을 남기고 처음 보는 학우에게 어색한 미소로 친근한 척을 한다. 이는 편안한 친구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연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중·고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과 똑같이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였지만 대학은 수업, 동아리, 학회 등의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선배, 동기, 교수님 등 다양한 존재들과 주도적으로 친밀감 형성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은 이들에게 낯설고 버거운 과제가 된다.


반면 졸업을 앞둔 고학번들은 인간관계의 또 다른 벽을 마주한다. 학생이라는 익숙한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사회인’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면서 이들은 자격증과 스펙을 준비하고 인턴 활동에 도전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낸다. 자연스레 근황을 나누던 따뜻한 대화는 줄어들고 대신 현실적인 질문들이 대화를 채운다. 웃는 시간과 연락도 점차 줄어들고 가까웠던 친구들과의 거리감은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소중한 순간들이 이제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예비졸업생들은 선배, 멘토 등 취업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우선시하며 현실적 목표가 인간관계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이는 정서적 교감보다 실용적 목적이 앞서는 구조 속에서 대학생들의 인간관계가 점점 ‘유지 가능한 네트워크’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입학과 졸업이라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지만 이들이 겪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내 상황은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이 학번을 불문하고 반복된다.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에 마음이 일렁이고 때론 그 불안함에 지쳐 고립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감정의 파도는 잠잠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이라는 바닷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차 타인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 감정의 복잡성은 우리의 내면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우리가 진정한 어른이 돼 가는 길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흔들리는 감정을 품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결코 헛된 고통이 아니다. 이는 성장의 근거이자 우리가 사람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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