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을 중의 을’이 아닌 존엄한 사회 구성원이다

by 윤찬우

아파트 단지의 낮과 밤을 묵묵히 지키는 경비원은 우리 생활의 안전망이자 숨은 동력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과 인격은 존중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무와 순찰로 쌓인 피로에 일부 입주민의 폭언과 부당한 지시, 감시성 민원까지 겹치며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노동의 고단함과 인권침해가 뒤엉킨 경비원들의 처지는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자리 잡았다.

(출처ㅣ오마이뉴스)


지난달 1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게시판에 ‘00마을 미쳤나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경기 부천시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호소문 사진이 올라왔다. 호소문에는 ‘경비실에 에어컨도 없는데 더운 날씨에 선풍기를 튼다고 선풍기 치우라고 민원을 제기한 주민이 있다. 경비원이 근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민원을 넣은 주민은 공동 전기료가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동 전기료 절감이라는 명분이 한 사람의 기본적인 근무 환경과 인권을 침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말로 포장된 비용 절감 논리는 결국 특정 집단을 희생시키며 불평등한 구조를 만든다.


경비원을 향한 ‘갑질’은 사람을 직업으로 서열화하는 잘못된 인식과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는 사적인 심부름, 지속적 감시, 대리 차량 세차 등의 사례는 경비 업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임이 틀림없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에서 경비원은 주민이 부릴 수 있는 노예가 아니며 그런 대우를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 거주자들은 이들을 을 중의 을로 하대하고 있다. 마치 한 인간의 존엄성이 직업과 고용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작금의 현실은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깊은 편견과 불평등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의 뿌리는 ‘경비원은 내 집을 위해 고용한 서비스 인력’이라는 협소한 인식에 있다. 이 시각이 변하지 않는 한 이들의 노동은 감정노동과 허드렛일 사이에서 소모될 뿐이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비난을 넘어 제도의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그전에 ‘인식의 전환’을 우선순위로 놓아야 한다. 아무리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도 이를 실행하는 사람이 경비원을 여전히 아파트 잡일꾼 정도로만 바라본다면 법 조항은 종이 위의 글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누구도 타인을 하대할 권리가 없으며 경비원 역시 존엄한 인간이자 공동체의 안전과 일상을 지탱하는 소중한 사회 구성원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경비원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적극적인 공감과 연대의 노력이 절실하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밑바탕이 돼야만 비로소 차별과 불평등의 벽을 허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없이는 어떤 제도적 장치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공동체 전체가 함께 노력할 때만이 진정한 평등과 인권이 실현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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