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경제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설정됐고 이는 국제적인 경제 질서와 무역 관계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임기 시작 후 트럼프는 특히 모든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즉각적인 추방 공약을 실천 중에 있다. 이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에 대한 가격을 높여 미국 내 산업 보호를 강화하려는 의도다. 또한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며 기존의 무역 파트너국들과의 협상에서 미국의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압박을 가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히 미국 내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공급망을 변화시키고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유럽 연합, 멕시코 등과의 무역 관계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타 국가들은 트럼프의 무역 장벽과 이민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했고 이는 국제 무역 질서와 정치적인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취하며 미국 내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사회적, 경제적 자원을 낭비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법 집행과 국경 관리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핵심적인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는 미국이 국제적인 군사적 개입이나 외교적 책임을 지는 대신, 미국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이와 궤를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즉 트럼프 2기의 대북 정책은 ‘비핵화’라는 이상적인 목표보다는 ‘핵 동결’과 같은 현실적인 접근으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의 외교에서 비핵화라는 원대한 목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제재 완화와 군축 협상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는 핵을 동결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의 외교 정책이 더 이상 전통적인 민주주의 수호나 인권 증진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심에 두지 않음을 뜻한다. 오히려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자국의 국익에 맞는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있어서 비핵화라는 이상적 목표가 아니라 핵 동결과 같은 보다 현실적인 목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신호다.
특히 공화당 정강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는 점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더 이상 비핵화를 핵심 목표로 삼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변화다. 이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더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북한 문제를 접근할 것임을 시사하며 이에 따라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독자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과제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는 대북 정책에서 비핵화라는 전통적인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이론적인 비핵화 목표를 추구하는 것보다 더 실용적이고 북한과의 협상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져 온 전통적인 비핵화 노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특히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서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트럼프가 한반도 안보를 담보로 방위비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카드 삼아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3일 진행된 제12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서 양국은 분담금을 1조 5,192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트럼프는 같은 달 16일 폭스뉴스 주최 행사에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3조 5000억 원을 낼 것’이라 말하며 비용 인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주한미군 감축 추진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부장관 대행은 ‘한국은 경제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무기체계나 안보 지원을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2020년 트럼프는 독일이 방위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며 주독미군 3분의 1의 재배치를 지시한 적이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각각 17%, 44% 철수시킨 전례를 고려할 때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긴장은 안보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해 10월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은 설전을 벌였다. 유엔 주재 한국 대표 김성훈 참사관은 화학무기금지협약 미가입국인 북한이 전제조건과 지체 없이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표는 ‘주권 국가의 자주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 고 반론을 펼쳤다. 또한 ‘미국의 군사 식민지인 한국은 전략적 지위를 가진 북한의 상대가 아니며 핵무기 보유국에 훈계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한과의 이러한 긴장감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 불확실성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과 한·미관계는 불확실성만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불확실성과 기회의 양면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외교 전략을 구상해 왔고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협력 속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에 의존한 '톱다운식 외교'를 펼칠 경우 한국은 사실상 주요 당사자로서 배제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는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외교를 판단하며 한국의 안보보다는 미국 본토의 안전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으며 한국이 대북 정책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불확실성은 한국이 자율적 외교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책이 항상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한국은 기존의 외교 관행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외교 전략을 구축하고 비상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즉 미국의 정책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독자적인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더욱 명확히 내야만 할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안보 전략을 넘어 외교적 자주성의 확립이라는 국가적 과제로 이어진다.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확보하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외교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은 국제 정치에서 점차 독립적인 외교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1900년대 후반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때의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었지만 외교적으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낸 국가로 그동안 겪어온 경제적, 정치적 변화가 결실을 맺은 상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제 정치의 규범은 점점 약화되고 있고,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외교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 간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특히 국제적으로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생존하고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중요한 안보 기반이지만 현재의 국제 정치 환경에서 한국은 이 동맹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안보를 확립할 수 없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단순히 미국의 지침을 따르는 수동적인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국은 외교적으로 더 큰 유연성을 발휘하고, 전략적인 다변화를 통해 스스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즉 한국은 이제 자신만의 독립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넘어 다른 강대국들과도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고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측면에서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다. 이런 외교 전략의 기반에는 국민이 가진 타국에 대한 인식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중국에 대한 혐오주의에 빠져 오직 미국만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2023년 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우리 국민들의 중국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전 계층이 한중 관계를 나쁜 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조사 결과 중국이 권위적이고(88%)이고 정직하지 않으며(88%) 억압적인(87%) 이미지에 가깝다고 답했다. 특히 20대(71%), 60세 이상(82%)에서 한중 관계 부정 평가 응답이 높았다. 반면 미국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6월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주요 동맹국 23개를 대상으로 한 미국 인식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79%를 차지해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각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친미반중’ 감정에 젖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의 국제 정세 변화와 맞물려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간의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도 이분법적인 사고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 선호나 혐오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외교 및 경제적 자립성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 세계는 단순히 ‘친미’냐 ‘친중’이냐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나뉘지 않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단순한 사고방식, 즉 ‘친미반중’에서 탈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