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진심이 아니라면 허울뿐인 껍데기다

by 윤찬우

코로나 19 펜데믹 이후 전 세계의 소비자들은 탄소 중립, 기후 위기 등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펜데믹은 인류가 질병과 환경 변화 등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줬고, 이런 위기는 ‘위협 인식’을 높여 더 넓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변화된 소비자에 발맞춰 기업의 경영진들은 환경(Enviroonment), 사회적 책임 (Social), 건전한 지배구조 (Governance)를 고려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방식인 'ESG 경영‘을 외치며 실행에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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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체제의 전환은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카페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플라스틱 빨대는 종적을 감추기 시작해 친환경 종이 빨대가 그 공백을 매우고 있다. 또한 에코백, 텀블러 등 환경을 위한 제품을 사용하는 ‘ESG 가치소비자’ 역시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60%가 넘는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ESG 활동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ESG 활동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환경 혹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비라면 조금 더 비싼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즉 이들은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라 비싸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품 구입 의향이 있는 것이다. 이는 미래세대를 위한 지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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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ESG 가치소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결여된 소비 행태가 사회적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깊이 성찰한 끝에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이미지 관리의 수단으로 ESG 제품을 소비한다. 카페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한 것만으로 스스로를 환경시민이라 자임하거나, 일회성 친환경 제품을 대량 구매해놓고 실제 활용도는 극히 낮은 사례 역시 빈번하다. 이들은 친환경 옵션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며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자기정당화적 위안에 몰두할 뿐이다. 남들이 ESG를 연호하니 자신도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에 편승해 이러한 소비를 수행하는 자신을 오피니언 리더로 착각하며 마치 고양된 윤리의식을 지닌 양 행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위선이자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ESG 성역의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피상적 실천에 불과하다.


또한 이러한 소비 방식이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피상적 ESG 마케팅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ESG 소비를 둘러싼 허영은 개인의 소비 선택을 넘어 기업의 전략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가 겉으로 보이는 좋은 행동에 더 큰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이용한다. 탄소 배출 감축, 공급망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노동 환경 개선과 같은 본질적 조치에는 소극적이지만 시각적 ESG 요소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추세다. 제품 겉면에 녹색 라벨을 붙이고, 패키지의 일부분만 재활용 소재로 교체해 친환경 포장이라 홍보하거나 사회적 활동을 단발성 이벤트로 꾸며 언론 보도와 SNS 콘텐츠만 부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착시를 준다. 친환경 캠페인 영상 한 편, 재활용 로고 하나만으로도 소비자는 그 기업이 실제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기업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탄소 배출량이 줄지 않아도, 노동 착취 문제가 반복돼도, 세련된 ESG 서사와 이미지 메이킹에만 성공하면 소비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비자는 기업의 ESG ‘이미지’를 소비하며 스스로에게 도덕적 우월감을 부여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ESG, 결국 진심이 아니라면 허울뿐인 껍데기다. 이 명제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경고다. 소비자는 ‘가치 소비’라는 이름에 취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기업 역시 변화의 불편함을 회피한 채 ESG를 또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하는 태도를 멈춰야 한다. 진정한 ESG란 선택의 편리함을 넘어선 책임의 무게를 견딜 때 비로소 실체를 갖는다. 윤리적 소비가 타인의 시선을 위한 연출이 아닌 자기 성찰의 결과가 되고, 기업의 ESG가 포장의 언어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의지일 때 우리는 비로소 위선의 세계를 벗어나 지속가능성이라는 보다 깊고 단단한 토대 위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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