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바라본 군대의 이미지는 통제와 억압으로 인식된다. 군대에서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엄격한 규율이다.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훈련소에서는 더욱 엄격하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전우 조 편성, 정시 식사 집합, 제식 훈련 등 민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규율이 강조된다. 이러한 5주간 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나서야 자대 배치를 받을 수 있다.
자대 배치 이후에도 다른 종류의 통제가 계속된다. 예를 들어 이등병은 반바지와 긴팔 상의 혼복 금지, 슬리퍼 착용제한, 심지어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조차 금지되는 등 다양한 불문율이 존재한다. 진급할수록 이러한 규제들은 점점 완화되고 간부를 제외하고 자신의 행동을 비판할 사람이 없어진다. 군 생활의 긴장감이 풀어짐에 따라 이들은 무료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부조리’라는 가혹행위를 하는 병사들도 존재한다. 심한 구타나 폭언은 마음의 편지 활성화, 처벌규제 강화, 군 내 휴대전화 도입으로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사소한 심부름이나 후임의 물건을 빼앗는 행위 등 다른 형태로 잔존하고 있다. 이런 부조리는 군대의 조직적 특성인 상명 하복 문화에 근간을 둔다. 선임들이 부적절한 요구를 하더라도 계급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임 들은 이를 무시할 수없다. 또한 선임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부대 내에서 고문관 역할인 ‘폐급’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부조리를 거부할 수 없다. 경상북도에서 군 복무를 했던 A 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불침번 교대 시간에 선임을 깨웠지만 계속 일어나지 않아 연속근무를 섰다”라고 전했다. 이어 “부당한 것이 아니냐고 다음날 아침에 항의를 했지만, 이등병이 미쳤냐며 선임에게 얼차려를 받았다”며 지난 군 생활 중 겪었던 부조리에 대해 말했다.
부조리를 당한 병사들이 진급하며 부대 내 실세가 된다. 하지만 이들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자신들이 당했던 행동을 후임들에게 행동하며 악습을 전파시킨다. 강원도 군부대에서 근무 중인 B 씨는 “부대 내에서 선임에게 욕설을 듣고 얼차려를 당하는 등의 악습이 남아있다”라고 토로했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있다. 선임병 4명에게 정수리와 가슴 등을 구타당하고 쓰러진 뒤 뇌사상태에 빠져 사망한 윤 일병 사건과 지속적인 집단 따돌림으로 참지 못해 무차별적 총기 난사를 했던 윤 병장을 총칭하는 말이다. 국방부에선 병영 부조리를 없애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행복하고 강한 군대를 만들자며 선진병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정책만으로는 군대 내 부조리를 완전히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군대는 엄격한 조직이지만 그 안에서도 각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모여 전체적인 군의 문화와 환경이 형성된다. 따라서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부정적인 관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결국 병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식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