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상품화하는 대학, 이제 외모지상주의에서 탈피해야

대학 홍보대사, 외모지상주의를 넘어 진정한 가치 전달로 나아가야

by 윤찬우

최근 국내 대학에서 홍보대사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고려대학교 여울 ▲부산대학교 PURM ▲한양여자대학교 피어나리 등 사립대, 국립대, 전문대 가릴 것 없이 대학들은 홍보대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전부 재학생으로 구성돼 학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교직원보다 예비 대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쉽다. 그렇기에 대학은 경쟁적으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대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초의 홍보대사는 1954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영화배우이자 팝가수 대니 케이(Danny Kaye)는 친선대사를 33년간 활동하며 초석을 닦았다. 이후 홍보대사라는 개념으로 변화해 대학, 기업 등에서 널리 활용됐다.


대학 홍보대사의 주요 활동은 수시박람회와 입시박람회 행사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학 입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캠퍼스 투어를 진행하거나 각종 행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학생들에게 대학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이들은 용모가 단정한 학생들 위주로 구성되는 실상이다. 홍보대사의 외모를 중시하는 현상은 한국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학생들이 상품화된다는 문제를 불러온다. 또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완벽한 외모가 성공을 돕고 매력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어 학생들의 자아 정체성, 존중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학은 외모지상주의에 중점을 둔 홍보대사 활동에 전념하는 추세다. 대학 입장에서는 외모가 뛰어난 학생이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은 학교 측의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관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존재하기에 대학과 홍보대사는 학생들의 원초적 욕구와 수요에 발맞춰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22년 한국소통학보의 대학생의 외모지상주의 인식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사회 풍조에 인식이 매우 높았다. 해당 연구에서 외모지상주의는 ▲개인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 ▲외모를 개인의 능력으로 보는 것 ▲사회적 성공 등에 영향을 주는 요소 등으로 측정됐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 내에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하는 홍보대사들에게 외적 아름다움은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규모가 큰 행사에서 완벽한 화장, 헤어 스타일, 제복 및 정장을 착용하는 관례가 존재한다. 장시간 구두를 신어 발뒤꿈치에 반창고를 붙인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외국 대학 홍보대사는 국내 대학과 다르게 외적 아름다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영국의 웨스트 런던 대학교(University of West London)는 파란색 단체복을 착용하고 자원봉사에 중점을 둔 활동을 수행한다. 미국의 텍사스 주립대학교(Texas State University)도 마찬가지로 빨간색 단체복을 입고 지역 사회 공헌 활동에 초점을 둔다. 국내 홍보대사들과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들에게서는 진한 화장이나 헤어 스타일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이들은 제복 및 정복을 입지 않는다. 즉 외국 대학에서는 외모, 체형 등 외관상의 아름다움보다 그들의 봉사정신, 열정, 소통 능력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홍보대사들은 학생 유치와 학교 이미지 제고에 공헌하지만 외모지상주의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분위기에 대학과 이들이 이에 동조하는 경향은 본래 목적을 왜곡할 수 있다.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외적 아름다움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대학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학생들은 스스로가 상품화가 되기를 자처하는 실정이다. 대학 홍보에서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다. 오히려 대학 수업의 질, 교수와 연구기관으로서의 성과 등이 강조돼야 한다. 따라서 국내 대학들은 홍보대사 풍조를 개선해 외적인 요소를 통한 홍보보다 대학의 본질적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홍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불린 대학까지 번진 외모지상주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 안내원, 승무원 등도 예쁜 외모와 동일한 머리스타일, 말투, 유니폼에 갇혀있는 현상도 현 한국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것을 드러낸다. 역사상 ‘미’를 추구하지 않은 시대나 지역은 없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특성이기에 그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문제 해결로부터 더 멀어지는 방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미’라는 기준이 매우 획일화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지 못한다. 외적인 것과 관련된 ‘유행’은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정한 절대적 기준에서 벗어나면 특이한 취급을 당한다. 이는 아직 한국사회가 다양성을 존중기 어려운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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