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실천하는 분!"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병원에서 퇴사를 앞둔 저에게 환자분이 했던 말입니다. 퇴사 이후 계획을 물으셨고 저는 쉬면서 생각해 볼 예정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업무 스트레스나 회사 내 대인관계 문제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심하게 번아웃이 온 사람에게는 휴식을 권했는데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쉬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다른 방법을 함께 찾아보다 번아웃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악화되면 다시 한번 휴식을 권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번아웃 상태인 걸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아프니 꾀병인가 싶었는데 이런 병이 있다니 안심이 되기도 하고 아픈 것이 맞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고심 끝에 휴직계나 병상 휴가를 제출한 분들은 결심을 한 그 순간부터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습니다. 더 빨리 병원에 오지 않고 망설인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분께 도움이 휴식이 도움이 된 건 아니었습니다. 번아웃의 이유가 직장 말고 다른 곳에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휴식이 그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건상 도저히 일을 쉴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몇몇 사람은 퇴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던 사람도 선택하고 난 후에는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휴식을 권하던 제가 퇴사 후, 스스로에게 휴식을 처방했습니다.
수기로 사직서를 작성하는데 사직 사유를 적는 란이 보였습니다.
잠시 고민하다 '계약기간 만료'라고 쓰고 제출했습니다.
퇴사하는 날,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인사했습니다.
"그동안 잘 얻어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