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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tea Oct 30. 2022

자연을 닮은 기분 2

앞 장에서 말씀드린 대로 약 이외에 전천후 의복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방법은 약물 치료를 하고 있는 분께도 유용합니다. 그리고 혹한과 혹서가 아닌 약간의 쌀쌀함과 약간의 더움 사이를 오가는 분이라면 전천후 의복 정도면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적은 온도차가 무슨 문제가 될까 싶을 수도 있지만 감정에 따라 행동이 변한다면 자신을 ‘끈기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좌절과 실패감으로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천후 의복은 기분이 요동칠 때 붙들 수 있는 닻의 역할을 합니다. 그 닻은 '루틴'입니다.

활기가 넘치는 때를 기준으로 루틴을 짜면 겨울이 오기 전에 곡식을 탕진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행하지 못한 계획은 실패감만 더 할 뿐이죠. 그렇다고 활력이 떨어져 있을 때를 기준으로 계획을 짜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이런 분께 ‘최소한의 루틴’을 권합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창문 열기, 스쿼트 00개, 자기 전에 감사 일기 한 줄 쓰기처럼 어떻게 해도 성공할 수 있는 루틴을 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내가 타고 있는 배가 풍랑에 심하게 흔들리더라도 두 발로 뿌리내리고 서 있다는 안정감을 얻기 위한 장치입니다. 

위에서 기분변화가 잦은 사람은 자존감이 낮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작은 성공 경험'입니다.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보다는 작지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일컫는 소확행과 비슷합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모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아주 낮은 계단을 오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덧붙여서, 휴대폰 앱을 이용해 매일 그날의 기분을 체크하는 것은 매우 유용합니다. 하루하루 기록한 기분의 높낮이가 쌓여 마치 주식 동향처럼 큰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루틴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입니다.

관대함은 나태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유연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의 날씨에 따라 외출 일정을 짜듯 내 기분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용해야 합니다.

지루함과 공허감을 이겨내는 힘도 관대함에서 옵니다. 

기분 변화가 심할수록,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삶이 지루하다고 느낍니다. 무료함을 끝내줄 무언갈 찾지만 새로운 것도 잠시, 또 진부해지죠. 떠들썩한 자리가 끝나고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나 자신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와 절대로 헤어질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조금은 뻔하고 가끔은 흥미로운, 나 자신 말입니다. 자기 자신과 친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 기복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내 안에 사계절이 있음을 인지하고 농부의 마음으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날씨와 싸우게 될 거예요. 내 안에서 일어나는 계절 변화의 증거를 수집하세요.

많은 경우 수면 패턴이 변합니다. 꽤 유용한 지표입니다. 어떤 사람은 우울할 때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더 많이 잡니다. 반대로 적게 자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 깨어납니다. 어떤 방향이든 수면 패턴이 변하고 기분도 변합니다.

기분은 내가 주관적으로 경험하지만 기분 변화로 인한 행동 변화는 나보다 가까운 사람이 더 잘 알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분 변화만큼은 가까운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여름 안에 빠져있을 때는 여름인 줄 모르거든요. 변화의 패턴을 발견하면 미리 대비하기 한결 수월해집니다.


‘내 안의 사계절’은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문자 그대로 계절에 따라 기분이 변하는 분도 있습니다. 주로 봄이 오면서 점점 기분이 들뜨고 겨울이 되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합니다. 기분이 자연친화적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사람은 자연을 닮아 있습니다. 아니,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지요.

날씨가 변덕스러운 나라에는 이런 속담이 엇비슷하게 존재합니다. 나쁜 날씨란 없으며 날씨에 맞지 않는 옷이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누구도 똑같은 기분 상태로 지낼 수는 없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안팎으로 들리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안의 계절을 알아채야 합니다.

그날에 맞는 옷을 찾아 혹한과 혹서를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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