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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 감자 농부 Aug 24. 2022

Top down 방식과 Bottom up방식에 대해

된장찌개에 비교하기

당신은 Top down 방식으로 일하시나요, Bottom up 방식으로 일하시나요?


일하는 방식으로 흔히 꼽히는 위 두 가지 방법은 직무에 따라서도 극명히 달라지는 것 같다. 일례로 나는 콘텐츠 마케터일 때는 주로 Bottom up 방식으로 일했고 기획자일 때는 Top down 방식으로 일했다. 퍼포먼스 마케터인 지금은 Top down 방식으로 KPI를 짜고 실전에서는 결국 Bottom up으로 싸운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의 결론은 둘 다 정답이라는 뜻이다.

약간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싸움처럼 Top down이 보통 정답처럼 여겨지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둘 다 필요에 따라 쓸 줄 알아야 한다.



Bottom up

나는 콘텐츠 마케터로 일을 시작했고 콘텐츠 마케팅은 Bottom up이 의외로 승리하는 시장이다. 대규모의 브랜딩 캠페인이 아니고서야 당장의 구독자 수 증대, 비용 대비 큰 바이럴 효과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바로바로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Buzz가 일어나고 있는 어느 것이든 바로 우리 브랜드와 잘 버무려서 누구보다 빠르게 속도전으로 시작하는 것. 그게 콘텐츠 마케터의 소양이었다.


Bottom up 방식이란 거시적 목적보다 현재의 투두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나는 콘텐츠 마케팅을 20대 초에 시작했고 2년 후부터 일로 시작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소위 '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남의 콘텐츠를 보면 막 흥분되고 이 콘텐츠를 어떻게 우리 브랜드와 버무리지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퇴근해도 일하는 느낌과 유행에 절여진 느낌. 그리고 2타 강사는 하겠는데 1타가 아닌 느낌에 회의가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콘텐츠 마케터인 분들은 아마 1타 강사일 것이다.


Top down

두 번째 회사에서는 앱 기획을 했었는데, 법조인과 회계사 다음으로 문과가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는 분야가 기획이라더라. 우리 과 선배도 하더라는 생각에 뛰어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앱 기획에 소질이 없었다. 아마 콘텐츠 제작자라면 대체로 소질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연료는 소위 관심인데. 좋아요, 댓글, 하트 등등. 그런데 앱 기획자들은 이 액션에 결국 돈을 매긴다. 0원인 리액션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또한 기획자는 Bottom up 방식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 반드시 Top down으로만 일 할 수 있다. 현장과 실황 중심으로 일하던 나에게 기획은 너무나 어려웠고 와닿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은 Bottom up 방식으로 일을 배운다. 그런데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일 머리가 커져서 Top down 방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당연히 현실은 그렇지 않다.


Top down 방식의 경우 자기소개서에서 지겹게 보던 비전부터 시작한다. 비전-미션-투두 식으로 내려오는 형식의 사고방식이다. 

당신이 다니는 회사의 인재상을 아는가? 그 인재상을 기준으로 일하는 것부터가 Top down의 시작이다. Top down 방식의 경우 나한텐 약간 영어처럼 새로운 문법을 갖추는 것이다 보니 말하기는 아직 어렵고 보고서 형식을 쓸 때 구성을 그렇게 갖추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진정한 Top down은 생각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이 두 방식을 요리에 빗대면 Bottom up 방식의 경우 '냉장고 파먹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배가 고프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냉장고에 있는 재료는 무엇이 있지? 아 된장찌개는 가능할 거 같은데? 두부도 애호박도 없지만 된장에 고기 적당히 담긴 된장찌개가 만들어질 것이다. 어쨌든 된장찌개다


 Top down의 경우 메뉴를 정하고 장을 봐서 그 요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된장찌개를 먹을 것이고, 애호박이 없다면 애호박을 사는 것. 그게 Top down 방식이다. 고기를 살 수도 있고 조갯살을 살 수도 있지만 결국 된장찌개를 먹는 것이다.


냉장고만 파먹던 내가 갑자기 식단표를 짜서 장을 본다는 것은 많이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요리를 많이 하다 보면 감이 생긴다. 하나하나 해내 가다 보면 되긴 되는 것이다. 요리로 예를 들면 더 와닿을 것 같은데 애호박이 빠진 된장찌개가 틀린 된장찌개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누군가는 Top down으로 찾고 누군가는 Bottom up으로. 답을 찾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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