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라는 이름의 연습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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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방 한켠, 시계 초침 소리만 울려 퍼지는 밤이 조용히 나를 감싼다. 누구의 이름도 부르기 힘든 침묵의 시간, 내 안의 이름을 살며시 부른다. 불 꺼진 방 한가운데 서서, 나는 심장 가까이에서 울리는 외로움을 들었다.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온기의 잔향. 누군가와 나누던 웃음은 멎고, 익숙한 체취는 사라지고, 고요 속에서 내면의 숨소리만 남았다. 그것은 외로움이었다.

어쩌면 나를 마주 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시간이다. 타인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분주함에서 벗어나, 조용히 나를 더듬거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고독은 내면을 깊게 한다. 혼자가 꼭 나쁜 건 아니다.”


나는 어릴 때 외로움을 병처럼 여겼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왕따가 된 기분, 아무리 내향적인 성향이라도 텅 빈 공허함은 싫었다. 밤이 짙어갈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다란 그림자처럼 달라붙었다.


어느 밤, 편의점 창가에 앉아 미지근해진 컵라면을 먹으며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그때 알았다. 외로움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외로움은 나를 망치기보다,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주는 버팀목이었다. 마음이 부서지고 나서야, 그 틈 사이에서 주변 사람들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외로움은 약한 것이고 피해야만 할 것이라고. 그러나 외로움은 단단한 내면의 벽이 된다. 기대어 설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에게 기대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기준과 감정을 세우기 때문이다. 감정의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붙잡아 주는 기둥과 같은 것, 지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내면의 울타리를 든든하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도 가끔 외로움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에 휩싸여 회피하지 않는다. 과거처럼 감정을 무너뜨리는 족쇄가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으로 삼는다. 고요함 속에서 피어나는 강인함, 마음의 숲길을 걸으며,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운다.

어쩌면 사람은 외로워지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누구의 이름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으니까.

외로움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되돌려 놓는 가장 깊고도 조용한 순간이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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