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에서 피어난 꽃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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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읽은 책들은 작가들의 의문을 풀어 놓았다. 첨예한 생각의 문을 열고 날카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 그 안에는 숱한 의문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감추어져 있었다. 작가들의 세계는 지적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의구심의 씨앗들이 세상 문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로소 알았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생각을 부르는 열쇠는 의문부호였다. 호기심은 질문을 낳고, 질문은 반드시 풀어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냈다.


“어~, 저 사람은 갑자기 왜 웃는 거지?”

“저렇게 웃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즐겁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호기심이나 궁금증과 같은 의구심은 진화의 과정을 겪는다. 단순한 사건이나 현상에서 비롯되지만, 그 원인까지 파악을 시도했다. 더 알고 싶은 지적 욕망의 세계,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이미 답을 향한 열정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이 웃은 이유와 즐겁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동안 내가 품고 있던 가장 부러운 의구심이었다. 단지 사전에 모든 정답을 정해 놓은 수수께끼는 아니었다. 사람들 사이에 묻혀서 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사람들이 웃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게 부러웠다.

이런 의문이 깊어지면 풀어보아야 제맛이다. 오히려 미리 정해 놓은 정답이 없을 경우, 더 깊은 생각과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다. 처음 행복의 문을 두드리던 때였다.


“도대체 행복이란 뭘까?”


깊은 체감적인 의문이었다. 마음 속에 오랫동안 고여 있는 생각의 뿌리는 행복이었다. 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손에 잡힐 듯해도, 쉽게 잡히지 않는 안개 속과도 같았다. 날마다 쉬지 않고 행복을 탐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은 늘 뜬구름을 잡는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내가 쏟아붓는 노력과 시간이 공허한 깨달음에 그칠까 봐, 그저 빈껍데기를 뒤쫓다가 허망하게 끝이 날까 봐 두려웠다.

오십을 바라보던 내 나이에, 본격적으로 행복을 탐구하는 일이 우스워 보일지도 모를 듯했다. 불편한 마음이 스며들어도, 그 질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 3평 남짓한 방에는 낡은 형광등 빛과 키보드 소리만 맴돌았다. 창문은 작았고, 공기는 늘 눅눅했다. 그곳에서 행복한 웃음은 희귀한 새처럼, 제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행복을 탐구하는 것은 먼 나라의 동화 속 이야기와도 같았다.

직장생활에서 행복은 마치 암묵적으로 금지된 단어였다. 하루가 무탈하게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곳, 어쩌면 그곳에서 행복을 꿈꾼다는 것은 사치였다. 하지만 이런 내 시선을 바꾸어 놓은 것은, 법정 스님의 조언이었다.


“행복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행복은 직장생활 속에 있지를 않았다. 더더욱 밖에서 밀고 들어오는 불청객은 아니었다. 그것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꽃이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척박한 일터에서도 작은 친절, 수줍은 미소 하나가 마음의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꽃을 피우려면 기름진 토양을 고르고, 햇빛을 들이며, 물을 주는 일처럼, 정성껏 마음을 가꾸는 일이 필요하다. 냉정한 직업의 세계에서도 마음의 꽃을 피워내는 게 행복이라고. 어쩌면 척박한 땅에서 피어나는 행복이야말로 더 귀하고 향기로울 수 있다. 그 꽃잎들이 일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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