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사람은 과거를 껴안고 산다. 이미 지나간 일들에게 마음이 묶인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과 말과 행동을 떠올린다.
이런 과거의 기억들은 끝없이 재생되는 오디오 테이프를 닮았다. 기쁜 일보다는 후회가 잦았다. 삶이 지속될수록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뜻 지워내고 싶어도 멈출 수 없다.
중국의 역사 고전서인 <좌전>에는 ‘금회지만의今悔之晩矣’라는 말이 있다.
“이제 뉘우치기에는 늦었구나.”
후회는 현재의 삶의 테두리를 침묵 속에 가둔다. 시간은 이미 저만치 흘러갔고 마음의 흔적만 남는다. 여전히 암각화처럼 새겨진 후회의 그림자를 붙잡고 있다.
지난 일에 묶여 있는 것은 과거의 실패를 마음에서 놓지 못한 것이다. 나 또한 과거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어도, 그 감정이 현재의 나를 사로잡고 있고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가두어 놓는다.
“그때는 그렇게 행동하지 말걸.”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끝없이 되풀이하는 절절한 아쉬움이다. 스스로 만든 시간 속의 감옥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후회가 남았다는 건 아직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기대가 남아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후회의 기억은 불행이라는 악감정 속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을 때 문제가 된다. 곳곳에 지뢰밭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순간순간의 삶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점령한다.
내가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속에 맺혀 있는 응어리였다. 젊어서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 동경으로 유학 가고 싶었다. 일본어를 배우고 대학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고, 홀로 2년 이상을 준비했다.
하지만 끝내 포기해야만 했다. 그날 밤, 준비해 두었던 유학 서류를 덮으며,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스스로 접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힘들었다. 만약 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은 확실히 달라져 있을 것이란 후회가 밀려왔다.
“아아, 바보처럼. 유학 생활이 힘들어도 선택하고 도전해 볼 것을...”
뒤엉킨 시간이 쏟아놓은 짙은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가볍게 그때를 돌아본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때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과거의 다양한 사건들은 후회의 시간을 쌓아놓았지만,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든 삶의 재료이기도 했다. 그 후회의 시간은 나를 더 성장시킨 밑거름이었다.
지금은 그때의 시간을 가볍게 흘려보낸다. 일생을 바라보는 눈이 더 확장되었다.
인생의 행복은 과거의 후회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에서 이루어진다. 어제의 지워지지 않는 시간에 묶이면, 오늘과 내일의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과거의 기억은 내 인생의 한 장면일 뿐, 전부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뒤돌아보면, 힘든 순간에도 꿋꿋하게 살아온 내가 서 있다. 과거는 이제 나의 무게가 아닌, 날개가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어제를 향해 걷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날아간다.